[객석] 현실 속 도깨비를 바라며

입력 2016-12-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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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꼭 구해 주시고요, 이모네 식구 좀 어떻게 해 주시고, 남자친구 꼭 좀 주세요”라며 간절히 기도하는 소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자신을 도깨비라고 소개하는 이 남자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소녀의 삶은 달라졌다.

tvN 드라마 ‘도깨비’의 내용이다. 시청률 10%를 기록하고,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도 음원차트 상위에 오르는 등, ‘도깨비 열풍’이 심상치 않다. 김은숙 작가의 구성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연출력 등이 드라마의 흥행을 이끄는 힘이겠지만, 이 드라마가 관심을 받는 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도깨비’를 원하기 때문은 아닐까.

극중 여주인공이 편하게 살 곳, 아르바이트, 연애를 바라고, 자신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건 보통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 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도깨비를 통해 여주인공이 원하던 것을 얻거나, 그녀를 부당하게 괴롭혔던 이들이 처벌받는 걸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사람들과의 모임이 많아지는 때가 왔다. 20 ~ 30대 청년들이 모여 각자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연애와 결혼, 직장, 학업, 인간관계 등 저마다 어려운 이야기가 오고 간다.

비단 청년뿐만이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 여주인공 못지않은 삶으로 드라마 같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N포 세대’, 개인의 노력보다는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수저 계급론’,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비유한 ‘헬조선’ 등의 단어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도깨비를 부르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촛불을 부는 여주인공처럼, 많은 현대인들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줄 도깨비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새해에는 현실 속에서도 드라마 못지않게 속 시원히 무언가를 해결해 줄 도깨비가 다들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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