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한 호텔에 30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대출했다. 해외 투자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안방보험 계열사 지원에 동양생명이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양생명은 27일 공시를 통해 계열사인 미국의 뉴산타모니카비치호텔(New Santa Monica Beach Hotel)에 2억7500만 달러(약 3334억 원)를 금전대여한다고 밝혔다. 대여기간은 내년 1월 3일부터 오는 2022년 1월 2일까지 5년이다. 대여 형태는 산타모니카호텔을 담보로한 부동산담보대출로, 이자는 4.7%(4.45%+1개월 리보)로 책정했다.
주목할 점은 산타모니카호텔은 올해 3월 중국 안방보험이 사들인 부동산이라는 것이다. 당시 안방보험은 산타모니카호텔 등을 소유한 스트래티직호텔스앤리조트를 인수했다.
즉 동양생명은 대주주가 인수한 지 1년도 채 안된 물건에 수천억을 선뜻 내준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3000억 원대 대여금은 최근 동양생명이 안방그룹홀딩스 등 안방보험으로부터 받은 유상증자 6000억 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자금 흐름으로 보면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6000억원을 투입한 후 다시 이의 절반을 계열사로 빼낸 셈이다.
동양생명이 담보에 대한 가치평가, 리스크평가 등을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법 제106조에 명시된 대주주와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일반계정의 2%)를 넘어섰거나 국세청이 고시한 법인세법 이자율을 어긴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계열사간 거래는 리스크 전이의 가능성이 있다. 신용공여 관계로 얽힐 경우 계열사가 어려워지면 동양생명도 동반 부실화된다. 금융당국에서 계열사간 대출과 신용공여에 제한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해외 부동산의 경우 주식과 채권과는 달리 공정 가치 평가에 어려움이 많아 다른 보험사들은 대출이나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다. 동양생명이 부실화될 경우 국내 보험 가입자들은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지난해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다고 밝혔을 때 일각에서는 안방보험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동양생명을 계열사 지렛대로 활용한 ‘먹튀’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 동양생명은 담보평가 등을 철저히 해 리스크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뉴산타모니카비치호텔에 대한 대출은 기존 대출의 리파이낸싱으로 기검증이 된 물건”이라며 “투자 결정 전 미국과 한국의 감정평가사 3곳의 실사와 감정평가를 받았으며, 가치 및 리스크 평가가 된 이후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수익률은 환헤지 이후에도 4.85% 확정한다”며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선순위담보 대출)이므로, 투자 손실 우려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