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재정적 부양책이 미국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강달러에 각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전 세계 외환보유고가 고점 대비 10% 줄었다고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글로벌 외환보유고는 6일 기준 10조8354억 달러로, 2014년 7월 말 기록했던 고점 12조240억 달러에서 약 10% 감소했다. 1년 전에 비해서도 2.6% 줄어들었다. 글로벌 외환보유고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줄었다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2014년 이후 다시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고 추이가 달러화 강세와 연관 있다고 풀이했다. 달러화 가치가 너무 오르면 수출에 유리한 장점도 있지만 외환시장 불안이 전체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국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를 매각하는 등 환율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아울러 달러화 강세로 유로화와 일본 엔화 등 다른 보유 외환자산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특히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경기둔화에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고자 공격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줄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외환보유고는 3조105억 달러(약 3602조 원)로, 전월보다 약 410억 달러 줄어들면서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물론 지난 2011년 2월의 2조9914억 달러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외환보유고는 지난 2014년 6월 고점 당시 4조 달러에 육박하고 나서 지금까지 약 25% 줄어들었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 중 중국 비중도 지난 2014년 고점 당시 33%에서 현재 28%로 낮아졌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부 재정수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도 외환보유고가 지난 2014년 8월 고점 당시 7312억 달러에서 지난해 10월 말 5339억 달러로 27% 급감했다.
서구권 경제제재 타격을 받고 있는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11월 말 외환보유고가 3857억 달러로, 2008년 7월 고점 대비 35% 줄어들었다. 멕시코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11월 말 외환보유고가 고점 대비 11.6%, 터키는 13.1% 각각 줄어들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배런스는 이날 트럼프가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언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통화전쟁으로 확대돼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교역과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