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정치 행보를 본격화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 환담을 가졌다. 지난해 5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유엔 NGO 콘퍼런스에서 국무총리와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만난 이후 8개월만의 만남이다.
이날 환담에 앞서 황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여권의 대선주자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어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눌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약 15분간 환담이 끝난 후 덕담 수준의 대화만 오갔을 뿐 “정치적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황 권한대행은 훈장 전수식에서 “그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많은 일 하느라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말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학술 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의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또 황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이 지난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많은 일을 했는데, 정부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했던 일들을 소개하면서 “이날 훈장은 유엔 직원들이 함께 받아야 하는 것 같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반 전 총장은 예정 시간보다 다소 늦은 오후 2시 4분께 서울청사에 도착했다. 취재진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등의 질문을 했지만, 반 전 총장은 응답하지 않은 채 행사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