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건강보험회사 앤섬과 시그나의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합병 시 건강보험업계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였던 앤섬과 시그나의 합병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에이미 버먼 잭슨 판사는 480억 달러(약 55조320억 원)에 이르는 양 사의 협상은 반경쟁적인 상황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하면 건강보험료가 오르고 시장 내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브렌트 스나이더 대변인은 이번 결정을 “미국 소비자를 위한 승리”라고 표현했다.
두 회사는 2015년에 합병계약을 발표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7월 두 기업의 거래에 소송을 제기하고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양사는 서로를 계약 위반으로 고소했다. 작년 9월 합병이 일시 중단된 이유다. 재판은 작년 11월 시작됐고, 판결 전에 이미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던 셈이다. 현재 합병 계약상으로는 합병이 성사되지 않을 시 앤섬이 시그나에게 18억 달러의 파기 수수료를 물게 돼 있다.
미국의 또 다른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나와 휴매나도 지난달 연방법원의 불허 판결로 인수가 좌절됐다. 애트나는 2015년 7월 휴매나를 34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연방 법원은 양사의 합병으로 건강보험료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법무부의 합병 저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앤섬과 시그나의 합병 건에 대해 법원이 판결한 메시지와 유사하다. 판결 뒤 애트나는 항소를 고려하고 있지만 합병을 발표한 이후 계속 잡음이 끊이지 않은 상황이어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 보험사들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법무부가 오바마 전 행정부와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고,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도 폐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폐지로 보험사들이 유리할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연방 법원의 판결이 오바마케어 유지에 손을 들어준 셈이어서 관측이 쉽지 않다.
한편 합병이 저지된 앤섬은 투자자들로부터 성장 비전을 빨리 제시할 것을 촉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앤섬의 조셉 스웨디쉬 최고경영자(CEO)가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그나의 데이비드 코르다니 CEO는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140억 달러의 현금과 차입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혀 앤섬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