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도성환(61) 전 사장 등 9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로 돌려 보냈다.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 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형식적인 고객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고객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게 아니라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광고 및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한 다음 경품행사와는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수집해 제3자에게 제공한 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해야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의무를 위반한 점 △수집한 개인정보에는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정보나 고유식별정보도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반면 1·2심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을 때 알려야 하는 사항을 응모권에 모두 기재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를 '유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당시 재판부는 "응모권에 기재된 1mm 글씨는 복권, 의약품 사용설명서 등 다양한 곳에서 통용되므로 경품행사 응모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1mm 글씨로 기재한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라는 항의편지를 재판부에 보내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홈플러스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부과한 과징금 4억 3500만 원과 시정명령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과 표시광고법의 입법목적 및 관련 법률 조항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판결로 향후 개인정보 보호 및 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정보동의서 형식을 의무화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했다. 현행법은 고객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 사항을 명확하게 알리도록 규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은 명시하지 않았다. 신설되는 내용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수집 이용 목적, 수집항목 등을 부호·색채 및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히 표시해 알아보기 쉽게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2011년 12월~2014년 8월 11차례에 걸쳐 자동차, 다이아몬드 등을 주는 경품행사를 실시하고 개인정보 2400만 건을 수집해 보험사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