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이 실패한 검찰 개혁을 문재인 정부가 다시 들고 나왔다. 청와대의 이번 인사가 모두 파격적이지만,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용한 것에서 청와대의 검찰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검찰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적폐(積弊)로 지적돼온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와 정치 검사 양산 등이 퇴출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민정수석은 원래 대통령 친인척의 비위를 살피고, 공직자 직무 감찰과 인사 검증 등을 맡는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 등 소위 ‘5대 사정기관’을 총괄하며, 이들 기관이 내놓는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민정수석의 의지에 따라 검찰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전 정권에서는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청와대의 의중을 검찰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폐단이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특히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는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돌아보게 한 계기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크게 두 가지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것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등의 부정부패와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곳으로,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고 ‘스폰서 검사’ 등 부패 검사를 솎아내는 역할을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 집중된 수사권·기소권·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 등을 나눠, 궁극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맡자는 것이 골자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공약으로 다른 것들도 내놓았지만, 이 두 가지만 이뤄지더라도 검찰의 위상은 크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철옹성 같은 권력을 보유하고, 구성원들이 똑똑하기까지 한 검찰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 개혁이 단지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찰의 탈(脫)권력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검찰 입장에서도 그동안 그렇게 많이 들었던 ‘권력의 시녀’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는 시대적 사명이기도 하다.
조 신임 민정수석이 “단순히 검찰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검찰의 독립을 보장해 주는 것”임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의미이다. 공수처 설치를 “진정으로 검찰을 살리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도 비위 검찰을 걸러내고, 검찰이 순기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정치와 무관하게 원래의 검찰 의무만을 위한다는 게 검찰 개혁의 의도라는 말이다.
2003년 3월 참여정부 출범 직후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이며 검찰의 개혁을 요구했다. 당시 평검사들도 한목소리로 노 전 대통령에게 검찰의 정치적인 중립을 얘기했다. 그 ‘정치적인 중립’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노 전 대통령은 극단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테고, 검찰 개혁 요구의 목소리도 지금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그렇게 강조했던 검찰 개혁에 실패한 것은 검찰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평가가 있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에 맞서 소통과 대화로 해결하려는 순진한 정부였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칼을 휘두르며 전쟁을 선포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해 충돌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게 제일 좋은 방식”이라는 조 수석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검찰 개혁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이행하겠다는 성급함은 아쉬운 부분이다. 1년여라는 시기를 정하기보다 다양한 토론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더 집중해야 한다. 국민 여론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검찰 내부에서 개혁의 목소리가 공론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검찰 개혁 실패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