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하반기 국제유가의 향방에 따라 수출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는 ‘40달러’를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3일 기준 47.62달러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월 26.9달러로 최저점에서 시작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추진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 50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올 5월부터 상승세가 꺾여 소폭 하락하는 모습이다. 6월 들어 46.5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셰일오일의 경제성 강화를 바탕으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 미국 원유 생산량이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유가가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와 감산 예외인 나이지리아ㆍ리비아의 생산 확대 등으로 상반기보다 소폭 하락한 5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유가 40달러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40달러가 붕괴하면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면서도 “하반기 수요 회복이 본격화하고, OPEC(석유수출국기구) 감산 규모가 확대되면 유가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올해 1월부터 6개월째 우리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는데, 여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유가 상승의 제품 단가 반영에 시차가 존재하지만, 1~4월 우리 수출 증가율(16.8%) 중 60%(10.1%P)는 유가 상승 효과가 작용했다.
유가 하락은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위협한다. 저유가는 석유화학뿐 아니라 우리 주요 수출국인 산유국 경기를 악화시켜 자동차, 가전, 건설기계,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까지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세계 경제의 한 축인 중동 산유국들의 오일머니가 쪼그라들면서 대(對)중동 수출은 4월 -4.2%, 5월 -2.9%, 6월 -6.3%로 줄어들고 있다. 상반기만 놓고 봐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1.3% 줄었다.
건설업계는 유가가 최소 60달러 선을 회복하지 않으면 산유국들의 신규 물량 발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저유가가 이어지면 주요 거래선인 시추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로 시추 설비, 해양플랜트 등 발주를 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부족이 아닌, 공급 과잉에 따른 것이며, 정보통신(IT)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아 가격 하락으로 인해 수출 경기가 급랭할 우려는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