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경제성장률 3% 넘나

입력 2017-07-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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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려대 총장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추경을 집행하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증가한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는다는 뜻이다. 성장률 3%는 우리 경제의 ‘마의 장벽’이었다. 2015년과 2016년 우리 경제는 각각 2.8%의 성장률을 기록해 저성장의 함정에 빠졌다. 정부가 아무리 경기부양 정책을 펴도 3%대의 성장률 회복이 요원했다. 우리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수출 증가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연속 감소세였다. 그러던 수출이 2016년 11월 회복세로 돌아서 연속 8개월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7% 증가해 514억 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두 번째로 많다. 하반기에도 수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란 게 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3%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정말 3% 성장의 벽을 넘을 것인가? 한마디로 아슬아슬하다. 근본적으로 수출이 불안하다. 우리 경제는 무역전쟁의 포로 상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금융팽창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상호배타적 환율전쟁에 돌입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 경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의 덫에 걸렸다.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협공으로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무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우 등이 터지는 격이다.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 등 제조업 분야에서 강력한 수입제한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본격화해 소비재에 집중하던 수입제한을 중간재까지 확대할 태세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률 3%는 물 건너간다.

더 큰 문제는 내수 불안이다.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사태로 극도의 침체 상태에 빠졌던 내수 경기가 올 들어 정국불안 해소로 인해 다소 회복세를 띠다가 다시 침체하는 ‘더블 딥’ 현상을 보이고 있다. 4월 소비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다. 그러나 5월 들어 곧바로 다시 뒷걸음질하여 전년 동기 대비 0.9%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5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하고 제조업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2.5%나 증가했다.

내수 침체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14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내수 침체의 최대 악재다. 소득이 부족하여 상환능력을 잃은 가구 수가 126만3000가구에 이른다. 보유자산을 매각해도 매각 대금이 부채상환 금액보다 낮은 고위험가구도 31만5000가구나 된다. 정부는 투기를 막기 위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펴고 있다. 시중금리도 오름세다. 자칫하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가계부채의 연쇄부도를 유발할 수 있다.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 금액이 1988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이후 최대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들의 소비를 증가시킬 경우 내수 회복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연세 업체들이 경영난에 처하면 오히려 실업이 증가해 경기침체를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성장률 3%가 현재 우리 경제에 절대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2%대의 함정에 빠진 상태이다. 따라서 올해 성장률 3%를 달성해도 실제 나타나는 추가적 국민소득의 증가는 기저효과로 인해 미미하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3% 달성에 연연하면 안 된다. 잠재성장률이 3% 미만이다. 억지로 성장률을 높이면 물가만 오른다. 근본적으로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특히 기업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하여 고용창출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는 추경 편성, 최저임금 보전 등 재정지출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 경제가 세금 먹는 하마로 변한다. 규제개혁, 구조조정, 연구개발, 창업지원 등의 산업정책을 집중적으로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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