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일부터 실시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여야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감인 만큼 여야간 공수(攻守)도 불분명해졌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지적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야당은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탈원전, 증세,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각종 공약의 문제점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안을 두고서도 격돌이 예상된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는 내달 12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의 세부 일정을 잡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이 국감 일정 가안을 확정한 상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까닭에 올해 국감에서는 이전 정권과 현 정권의 정책이 모두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과거엔 정부의 정책 허점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과 이를 엄호하려는 여당 의원으로 공수가 확실히 갈렸지만, 올핸 상황이 다르다. 여당은 보수정권 9년간 적폐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맞서 야당은 정부여당의 독선을 견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상임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지난 정권의 국정을 들여다보는 만큼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여야 모두 명분이 있는 국감이어서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선 기재위 국감에서는 정부의 핵심 경제 철학인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면서 소득주도 성장만으론 고용 창출이나 복지 증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어서다. 국토위 국감에서는 SOC 예산 감소와 도시재생 뉴딜 등이, 산업위 국감에서는 탈원전과 전력수급계획 등이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문재인 케어, 간호인력 개편안, 살충제·생리대 등 국민 안전 이슈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증인과 참고인 리스트 작성 준비에도 돌입했다. 올해 국감부터는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가 처음 도입됐지만 각 상임위가 안고 있는 현안이 적잖은 만큼 증인들이 대거 불려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갑질근절’과 ‘재벌개혁’에 정조준된 정무위원회 국감을 앞두고서는 정무위 소속 야당 한 의원실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감 주요 증인요청 명단에 47개 기관과 58명의 기업인 이름이 적시돼 ‘묻지마 기업인 증인 채택’의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도 국감이 갑질 논란, 부당 근로 등의 이슈들과 맞물려 고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당 기업 대표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