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카트에 필라이트를 가득 실은 모습을 보고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데에 보람을 느꼈습니다”(진우석 대리)
하이트진로우의 발포주 ’필라이트’의 상승세가 거침 없다. 출시 20일 만에 6만 상자(1상자=355㎖×24캔)를 완판하는 등 품절대란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8월만 기준 누적 판매량 200만 상자(5000만 캔)를 기록하면서 주류 신제품으로는 드물게 화려한 데뷔에 성공했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만난 마케팅실 필라이트 담당자들은 이같은 성과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품절대란, 물량부족 등 행복한 고민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 마케팅실의 맥주브랜드팀과 MI(Market Insight)팀,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팀의 협업으로 개발과 마케팅이 진행됐다. 맥주브랜드팀이 제품 개발, 생산, 광고 등 브랜드 관리 업무를 맡는다면 MI팀은 시장 분석과 트렌드 추정을 위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방향성을 제시한다. IMC팀은 프로모션, 디자인 등을 책임지고 직접적으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나선다.
맥주브랜드팀 국동균 팀장을 비롯한 진우석 대리, 이연주 대리, MI팀 조재연 과장, 김지혜 대리, IMC팀 김유선 과장, 박초롱 대리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필라이트 담당은 마케팅 경력도 3~12년차로 다양하다.
“경력차 만큼이나 서로 다른 시각으로 필라이트 제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보니 2030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특히 가성비가 좋아 육아를 하는 주부들이나 혼술족에게도 인기다.”(조재연 과장)
이같은 인기는‘1만원에 12캔’인 가성비 전략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필라이트가‘가성비 끝판왕’으로 불릴 정도로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맥주가 아닌 발포주기 때문이다. 발포주는 국내 주세법상 맥아 10% 미만을 사용하는 기타주류에 해당한다.
“국내 주세법상 맥주는 72%, 기타주류로 분류되는 필라이트는 30%의 주세를 적용받는다. 당사의 하이트엑스트라콜드와 생산원가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도 세율 차이로 필라이트(355㎖ㆍ717원)가 하이트 엑스트라콜드(355㎖ㆍ1239원)보다 42% 저렴하게 출고가격이 책정됐다.”(국동균 팀장)
맥주 시장이 치열한 일본에서는 맥아 함량에 따라 제1발포주(50~67%), 제2발포주(25~50%), 제3발포주(25% 미만)로 구분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집에서는 발포주, 밖에서는 맥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사맥주인 발포주가 시장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역시 가성비 전략이 통한 덕분이다.
“필라이트는 일본 주세법 기준으로는 맥아 20% 미만을 사용하는 제3발포주에 해당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맥주가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인 발포주를 소개하고,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신개념 발포주로 이름붙였다.”(김지혜 대리)
하지만 발포주 시장이 생소한 일부 국내 소비자들은 맥아가 10% 미만인 필라이트에 대해 맛이 밍밍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이연주 대리는 맥주와 차별화된 필라이트만의 맛을 강조했다.
“필라이트와 기존 맥주와의 가장 큰 차이는 맥아와 국산 보리의 황금비율이다. 깨끗하고 깔끔한 맛을 살려 치킨, 피자 등과 함께 마시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또 100% 아로마호프를 사용해 맥주보다 좋은 풍미로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이연주 대리)
주류 신제품은 초기 인지도 확산을 위해 통상 인지도 높은 연예인을 활용하는 전략을 추구하지만, 필라이트는 젊은 세대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초록색 코키리 캐릭터를 내세웠다.
“코끼리는 해외에서 부와 행운을 상징한다. 포유동물 중 가장 무거운 코끼리도 날 수 있을 정도로 필라이트의 ‘가격의 가벼움을 느껴보라’는 취지로 활용했다. 코끼리 이름은 출시 전 온라인 소비자 네이밍 이벤트를 통해 ‘필리’라고 지었다. "(박초롱 대리)
좀처럼 신제품이 주목받기 어려운 주류 시장에서 가성비 콘셉트과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 필라이트는 마케팅의 ‘혁신’으로 불릴만하다.
“단기간에 혁신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주류업계에서 마케팅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보통의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게속‘혁신’을 이뤄내겠다. ”(김유선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