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女고위공직자도 애 키우기 힘든 나라

입력 2017-11-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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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정치경제부 기자

정부청사에 여풍(女風)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인사철을 맞아 부처 곳곳에서 여성 고위공무원단(고공단) 발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 첫 여성 국장이 된 김경희 복권위원회 사무처장(행정고시 37회)에 이어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관(행시 40회)이 국장급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초 감사원에서는 장난주 사회·복지감사국 제4과장(행시 39회)이 최초의 여성 국장으로 승진했다. 이들보다 앞서 김경선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관(행시 35회)이나 김정희 농림부 정책기획관(행시 38회) 등은 일찌감치 고공단에 이름을 올린 여성들이다.

여성 국장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있다.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의 자녀 육아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가장 잘 보장되고, 청사 내 곳곳에 구비된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공무원이 이 정도다. 민간에서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출산휴가를 쓰기에 눈치가 보여 임신 9개월 만삭의 몸으로 출산 직전까지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출산 이후에는 남편의 외벌이로 온 식구의 생활을 감당해야 한다. 자연히 분유 값이, 기저귀 값이 아쉬워지는 수순이다.

최소한으로 1∼2년을 쉬고 직장에 복귀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마저 가족의 육아 지원이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상황이 안 된다면 남은 선택은 타인에게 갓난아기를 맡기거나 경력단절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

기혼여성 절반은 경력단절을 경험한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도 있다. 2015년 기준 20세 이상 기혼여성 중 결혼 전 직장 경험이 있는 여성은 92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결혼과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은 696만 명, 44.0%로 나타났다.

이 나라에서 일·가정 양립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공무원 일자리 확대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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