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수능 연기는 새로운 결단의 지표

입력 2017-11-20 10:36 수정 2017-11-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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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더십연구소장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돼 23일 실시될 예정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를 두고 ‘행정적 무리수 vs 공정성 추구’로 갑론을박 논란이 뜨거웠다. ‘소수를 위해 다수 희생을 강요한 행정’이라는 주장은 부정론이다. 반면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 지진 피해지역 학생을 위한 공정성 추구’라는 긍정론 등 입장에 따라 주장도 다르고, 각각 나름의 근거도 있다.

리더의 의사 결정이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100대 0의 선 vs 악 중 양단 선택인 경우는 없다. 대부분 49대 51의 최악 vs 차악의 2포인트 간발의 차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결정이다. 신속하게 리스크 테이킹할 것인가, 신중하게 리스트 체킹할 것인가. 소수 배려 vs 다수 중시, 옳은 것과 좋은 것의 균형 등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욕과 비난은 먹게 돼 있다. 의사결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사상가 귀곡자(鬼谷子)가 쓴 책 ‘귀곡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최고 결정권자는 이익에 명분과 책임을 더하여 결단해야 한다. 최고 결정권자는 최고 수준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욕이나 지엽말단에 치우친 결단을 해서는 안 된다. 결정은 옛일을 계량하고, 미래를 시험하고, 평소를 참조해서 해야 한다.”

한(漢)나라의 책사였던 괴통(?通)은 주군 한신(韓信)에게 결행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한다. “지식은 일을 결단하는 힘이며 의심은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 사소한 이해타산에 얽매이면 천하의 큰 수를 잃게 되고, 지혜로 일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으면 모든 일의 화근이 된다. 용맹한 호랑이가 주저하면 벌이 쏘는 것만 못하고 천리마라도 머뭇거리며 달리지 않으면 늙은 말이 천천히 걷는 것만 못하며 맹분(孟賁) 같은 용사라도 의심하여 주저하면 용렬한 자가 결심하여 목적을 이루는 것만 못하다.”

결국 리더의 결행은 올바른 판단력과 강인한 행동력의 합이다. ‘결(決)’은 물 수(水)와 쾌(?)자로 구성돼 있다. 쾌(?)는 깍지 쾌, 터놓을 쾌다. 깍지는 활을 쏠 때 시위를 당기기 쉽게 엄지손가락 아랫마디에 끼우는 뿔로 만든 도구다. 깍지를 끼고 쏜 화살이 시위를 떠난다는 뜻에서 결단이 나왔다. 터놓음은 물이 저장된 곳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감을 뜻한다. 일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오래 장전을 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총알은 나가지 않는다. 방아쇠를 당기는 결단,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의사 결정에 계(繼)가 아닌 단(斷)이 들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끊을 단(斷)을 파자하면 실[絲]을 도끼[斤]로 끊음을 뜻한다. 결정은 모두의 이해관계를 이어줄 수만은 없다. 누군가의 손해와 불만과 비판을 감수하면서 잘라내고 끊어내야만 한다. 끊는 것이 잇는 것보다 힘들다. 없애는 것이 만드는 것보다 곱절은 어렵다.

지식(知識), 견식(見識), 담식(膽識)이 모두 필요하다. 견식은 세상의 지식에 나의 경험을 보탠 것이다. 담식은 행동으로 옮기는 담력이다. 한 기업인은 “의사 결정에는 3똥이 필요하다. 똥배짱, 똥고집, 똥바가지를 쓸 각오다”라고까지 말했다. 담식이 지식, 견식보다 승하면 만용이고, 지식과 견식이 담식보다 승하면 우유부단이다. 리스트 체킹의 신중이 지나치면 타이밍을 놓치고, 리스크 테이킹의 신속이 지나치면 졸속이 되기 쉽다.

이번 수능 연기 결단은 ‘약자, 소수를 위한 다수의 포용’이라는 점에서 의사 결정의 새로운 지표를 보여줬다. 다수 위주의 효율성 중시에서 소수 배려의 효과성 중시로 나아가야 함을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강한 것보다 옳은 것, 수치보다 가치, 다수보다 소수를 배려하는 지식, 견식, 담식의 3식이 갖춰진 합리적 의사 결정이 보다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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