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새해 들어 지금까지 발표된 제약업계의 M&A 규모가 300억 달러(약 32조 원)에 육박하며 이는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좋은 출발이라고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트럼프의 감세에 막대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다국적 기업들이 혁신적인 경쟁사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이날 미국 바이오베라티브를 11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수 논의가 거론되기 전 바이오베라티브 주가에 63%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바이오베라티브는 혈우병과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에 특화된 기업이다.
미국 셀진은 90억 달러에 주노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가는 인수 소문이 시장에 떠돌기 전 주노 시가총액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주노는 면역세포를 강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M&A에 제약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그만큼 버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글로벌 제약사 M&A의 인수가는 평균 81%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는 지난해의 42%에서 배 가까이 뛴 것이다. 대형 제약사들은 자사 보유 히트약품의 특허보호기간이 만료돼 수입이 증발할 것에 대비해 경쟁사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사노피는 주력 제품인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Lantus)가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출시로 시장점유율을 잃어가자 새 히트작을 모색하고 있다. 셀진도 늦어도 2022년부터 자사 핵심 상품인 항암제 레블리미드(Revlimid)가 복제약들과의 경쟁에 직면하게 돼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로펌 설리번&크롬웰의 프랭크 아퀼라 선임 기업 변호사는 “대형 제약사들은 특허보호기간 만료와 취약한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에 직면했다”며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M&A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새로운 세제로 인수기업들은 더 많은 현금을 쥘 수 있게 됐다”며 “M&A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