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중금리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에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은 사잇돌대출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상호금융은 판매에 소극적이다.
◇상호금융 사잇돌대출 실적 미미 = 작년 12월 말 기준 상호금융권의 사잇돌대출 잔액은 약 800억 원 정도었다. 농협 153억 원, 신협 320억 원, 새마을금고 346억 원 규모다. 수협의 경우 10억 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잇돌대출이란 신용등급이 4~8등급 사이에 있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중금리 정책 대출 상품이다.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해 금리 부담과 연체에 대한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2016년 7월 은행권에서 첫 선을 보인 뒤 9월 저축은행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작년 6월에는 상호금융권까지 확대했다.
금융위는 상호금융에 사잇돌대출 판매를 허용하면서 공급 목표를 2000억 원 규모로 잡았다. 그러나 작년 6월 이후 상호금융에서 판매한 사잇돌대출 실적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상호금융업계는 기존에 자체적으로 판매해 온 중금리상품과 사잇돌대출이 겹친다는 점을 대출 부진 원인으로 꼽는다. 정책상품은 자체 상품보다 마진이 적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조합원 중심의 ‘관계금융’을 기반으로 하는 상호금융 특성상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상호금융 측은 강조한다.
◇저축은행 실적 좋긴 한데… “울며 겨자먹기” = 상호금융권보다 9개월가량 앞서 사잇돌대출을 출시했던 저축은행은 대출에 적극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사잇돌대출 판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이 사잇돌대출을 강화하고 있지만, 불만도 적지 않다. 애초에 중금리 자체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 정책상품이라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팔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잇돌대출이라도 나온 것은 다행” 이라면서도 “애초에 중금리대출을 팔기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에 사잇돌대출 실적 증가가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에 저축은행이 빠진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는 25일 하반기부터 여신금융사와 신협에도 중금리 대출 취급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5대 금융그룹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중심으로 2022년까지 중금리대출 연간 공급 규모를 7조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악몽이 여전히 금융당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며 “자체 상품을 개발하며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저축은행으로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