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5월은 결혼철이라고 할 만큼 주변에 결혼식이 많다. 성인 남녀가 부부로 살 것을 다짐하며 치르는 의식이 결혼식이다. 그런데 결혼한 사실을 행정 관청에 신고하는 일은 ‘혼인신고’라고 한다. 행한 것은 ‘결혼’인데 그 사실을 신고할 때는 ‘혼인’이라고 하니 다소 혼란스럽다. 결혼과 혼인은 같은 말일까? 다른 말일까?
원래는 ‘혼례(婚禮)’라는 말을 사용했다. 관례(冠禮), 상례(喪禮), 제례(祭禮)와 함께 ‘4례(禮)’ 중의 하나이다. 음양(陰陽)사상에 따라 남자를 양으로, 여자를 음으로 보아 남·여가 짝을 지어 부부가 되는 일을 양과 음이 만나는 것으로 여긴 옛사람들은 그 의식을 치르는 시간을 양인 낮과 음인 밤이 만나는 시간인 날이 저무는 때에 치렀기 때문에 ‘날 저물 혼(昏)’자를 써서 ‘혼례(昏禮)’라고 했다.
그러다가 ‘昏’에 가족관계를 나타낼 때 덧붙여 사용하던 ‘女’를 붙여 ‘婚’을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혼례를 뜻하는 글자로 정착하게 되었다.
혼인은 ‘婚姻’이라고 쓰는데 ‘姻’은 ‘시집갈 인’이라고 훈독한다. 婚이 남성의 입장에서 본 남·여 간의 짝을 맺는 일을 나타낸 글자라면 ‘姻’은 여성 입장에서 만든 글자이다. 婚은 남자가 장가(丈家: 장인의 집)든다는 뜻이고 姻은 여자가 시집(媤집; 시어머니 집)간다는 뜻인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 보면 結婚이라는 단어가 145회 나오고 婚姻이라는 단어는 729회 나온다. 婚姻이 結婚보다 훨씬 많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結婚’의 ‘結’은 ‘맺을 결’이라고 훈독한다. 사회의 모든 관계를 계약관계로 이해하려는 서구적 사고가 유입된 후 결혼도 일종의 계약이라는 관점에서 ‘맺는다’는 의미를 강조하여 근대 이후부터는 婚姻보다는 結婚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된 것 같다. 결혼하면서 “어떠한 경우라도 항시 사랑하고 존중하기”로 서약한 만큼 결혼한 후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헤어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