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앤트파이낸셜은 100억 달러(약 10조8540억 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했다.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15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대표적인 거대 금융기업으로 꼽히는 미국의 골드만삭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블랙록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다. 이들 기업의 가치는 1000억 달러 미만이다. 앤트파이낸셜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핵심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의 성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알리페이는 5억 명의 실질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텐센트와 함께 16조 달러 규모의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의 결제 기술을 이용한다. 카드나 판독기 같은 하드웨어 기기가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편리성 덕분에 중국 도시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현금 거래는 거의 사라져 ‘현금 없는 사회’에 가까운 모습이다.
앤트파이낸셜의 모회사인 알리바바는 결제 기술을 다른 서비스와 통합했다. 애플과 페이팔 같은 미국 기업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알리페이 사용자들은 자신의 잔고를 알리바바의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에 연결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알리페이와의 연계성에 힘입어 위어바오는 230억 달러의 규모로 세계 최대 MMF로 성장했다. 이러한 사업은 소매금융, 기업 대출과도 이어진다. 모든 서비스의 데이터는 신용평가사업 세서미크래딧에 제공된다.
앤트파이낸셜의 시야는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여행하는 수억 명의 중국인이 국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덕분이다. 이는 앤트파이낸셜이 결제 인프라가 취약한 신흥국 시장에서 현지 고객을 확보하는 기회가 된다. 알리페이는 아프리카의 여러 결제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우려한다. FT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따른 인프라 구축만큼이나 금융 인프라가 중국의 전 세계적인 부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각국 규제 당국은 중국 기업이 신흥 시장에서 중요한 결제 인프라를 통제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중국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매우 가깝다는 이유로 이미 미국은 중국 기업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호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올해 초 앤트파이낸셜은 세계적인 송금회사인 미국 머니그램을 인수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안보 우려를 제기하면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FT는 미국과 유럽 기업의 고객 정보 보호 능력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금융 인프라가 정부의 데이터 수집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