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종량세 개편’ 움직임… 토종 맥주업계 살아나나

입력 2018-07-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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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세법, 출고가 기준 부과…출고가 의무 신고제 아닌 수입맥주 유리…‘과세방안 공청회’서 개선안 제시

수입 맥주에 유리한 맥주 과세 체계인 현행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면서 국내 토종 맥주업계에 훈풍이 불지 이목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주세법 체계로 여러 가지 기형적인 구조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현재 종가세 체계는 품질이 좋은 맥주를 만들 경우 이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한 인건비와 장비 도입 비용, 원료비 등에 주세가 연동돼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산업의 경우 이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산업은 없다”며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 비용까지 주세에 포함돼 기업으로서는 더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국산 맥주 과세표준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에 주세를 부과한다. 반면 출고가격 신고 의무가 없는 수입 맥주는 운임보험료 포함 가격과 관세를 합한 수입신고가격(원가)에 주세를 매기고 있다. 수입물품에 대해 신고가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소비세의 일반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붙기 전에 세금을 매기는 수입 맥주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유럽 맥주는 무관세다.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4캔이 1만 원에 팔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종 맥주업계는 이처럼 과세 체계가 국산에 불리하게 역차별받고 있으며 수입 맥주 공세에 갈수록 국산 맥주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수입 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출고량 기준으로 2013년 4.7%에서 지난해 16.7%(추정)로 연평균 37%나 급성장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토종 맥주 업체들도 저마다 해외 맥주를 들여와 판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1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개최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는 크게 3가지 방안이 나왔다. 먼저 과세 대상의 무게나 부피, 농도, 개수 등을 기준으로 세율을 책정하는 종량세로 바꾸는 방법이다. 국세청이 기재부에 건의한 주세법 개정안 방식과 같다. 이렇게 되면 국산과 수입 맥주 모두 ℓ당 세금이 붙게 된다.

두 번째는 국산과 수입 맥주 과세표준에 수입업자의 일반판매관리비(광고·홍보비)와 이윤을 포함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현행 제조·생산의 단계에서 과세하던 것을 도·소매유통 단계 과세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내야 하는 대상자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홍범교 선임연구원은 “과세표준을 통일하면 무역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납세 의무 범위를 넓히면 세무 행정 비용이 늘거나 탈세 행위가 증가할 수 있다”며 “현재의 종가세 방식이 유발하는 세제상의 불형평성을 세수가 줄거나 늘지 않는 수준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주세를 종가세로 걷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칠레, 멕시코뿐이다.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국가 등 OECD 비회원국 중에서는 종가세가 많지만 이 중 상당수 국가도 종가세와 종량세를 병행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미국에 이어 이달부터 유럽산 맥주도 무관세가 시작돼 국산 맥주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과세 체계 개편으로 역차별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DB금융투자 차재헌 연구원은 “종량세로 맥주 주세가 개편되면 저가 수입 맥주 시장은 위축되고 시장점유율을 잃어 온 토종 맥주 업체의 영업 환경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며 “공정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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