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입력 2018-07-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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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벼리 금융부 기자

미안하지만 군대 얘기다. 휴일이면 이따금씩 부대는 헌혈차들로 즐비했다. 부대원들은 하나둘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앰뷸런스에 몸을 실었다. 말 못한 트라우마가 있는 나는 헌혈을 피했다. 침상에 누워있는 나에게 한 선임은 매번 “헌혈은 무조건 해야한다”며 꾸지람했다.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들은 채 안 하던 그 선임의 훈계는 늘 이렇게 끝났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얼마 전 모 프로야구 구단을 후원하는 금융사 관계자와의 저녁자리. 그 회사는 정기적으로 사장과 함께 모든 임직원들이 프로구단의 경기를 관람한다는 애기를 들었다. 그 관계자는 ‘ㅇㅇ데이’라는 명칭까지 쓰며 마치 축제인양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뒤 다른 관계자로부터 “프로 스포츠를 후원하는 대부분 회사들이 할당을 정해서 직원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비인기 종목들의 경우 강제성은 더욱 심하다고.

심지어 한 금융사는 ‘승리수당’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후원하는 프로팀이 이기면 10만 원을 월급에 더해 주고, 지면 3만 원을 빼가는 식이다. 직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이 도박과 같은 게임에 참여해야 한다. 이 회사는 제비뽑기로 직원들에게 지방 홈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도록 강요하고도 있다.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토토도 아니고 왜 동의도 없이 내 월급을 승패에 걸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데 경기 관람은 곤혹스럽다.” 반면 회사의 입장은 내가 몇 년 전 선임에게서 들었던 것과 판박이다. “회사 차원에서 단합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기면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 “패배할 때 차출해가는 금액도 재단에 출연해 스포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니까 “뭐가 문제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논리가 위험한 것은 ‘좋은 것’이라는, 마치 합의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 누구의 동의도 없는 표현 하나로 개인의 세계를 가볍게 짓밟아버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논리학에 따르면 정명제가 참일 경우 대우명제도 항상 참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주장이 참이라면, 다음 명제 또한 참이겠다.

“나쁜 거야말로 나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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