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와 같은 고속 교통수단은 관련 지역 부동산 가치를 바꿔놓는다. 그래서 다들 이런 시설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정부도 이동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는 교통수단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서울과 같은 특정지역의 과밀 억제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다.
이중 시속 110km가 넘는 GTX는 수도권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을 것 같다. 지하철 시대를 뛰어넘는 GTX 시대가 조만간 열린다는 뜻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GTX 망 가운데 가장 먼저 선을 뵐 노선은 동탄 2신도시~용인 구성~분당~수서~삼성역~서울역~연신내~일산 대곡~킨텍스~파주 운정으로 연결되는 A 노선이다. SRT 선로를 활용하는 동탄∼수서 구간은 역사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1년께 운행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삼성역~운정 간 43.6km 구간은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설계 등을 준비 중이다. 사업비 3조 3641억 원이 잡혀 있는 이 구간은 2023년 완공이 목표다.
아무튼 시속 113km의 A 노선이 개통되면 동탄에서 수서까지는 15분에 주파하고 삼성역에서 서울역까지는 8분 정도 걸린다. 약 두 시간 소요되던 동탄~서울역 이동 시간이 23분으로 단축된다는 소리다.
서울 안에서도 이동 시간을 이만큼 줄이기 힘들다. GTX는 지역 간의 공간 압축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정부는 A 노선과 함께 송도~인천시청~부평~부천 당아래~신도림~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로 연결되는 B 노선과 군포 금정~과천~양재~삼성~청량리~광운대~창동~의정부 간의 C 노선 그림도 그려놓았다. 현재 B · C 두 노선은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돼 언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어려워진다든가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 이들 노선도 빛을 보지 않을까 싶다. 경기 진작용으로 이런 거대 토목사업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집값 문제도 그렇다. GTX 연결 지역에 신도시 개발을 통해 싼 주택을 공급하면 서울 주택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일단 A 노선만 개통돼도 지역 간의 이동 거리는 대폭 좁혀진다. 출·퇴근 부담이 없어져 외곽으로 나가는 수요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비싼 집값에 공기까지 나쁜 서울 이탈 욕구가 커질 것이라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GTX 역세권은 인기 지역으로 떠올라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GTX는 수도권 부동산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서울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서울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쉽게 퇴락하지 않는다. 더욱이 삼성역 주변이나 주요 인기 지역은 오히려 더 강세를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 GTX가 아무리 이동 시간을 단축시킨다 해도 서울 중심부의 편리성을 따라갈 수 없다.
다만 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서울 변두리나 GTX 영향권을 벗어난 지역은 아무래도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돈이 없어 서울 중심부 입성은 어렵지만 GTX 역세권으로의 이주는 무주택자의 새로운 로망이 될 수 있다.
서울 접근이 좋은 GTX 역세권 도시는 주변 지역 인구를 대거 흡입할 것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몰리면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 이로 인해 인구가 더 유입되면서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
이런 와중에 현재 고속철도보다 빠른 시속 430km의 초고속철도 건설 얘기가 나온다. ‘해무’로 불리는 초고속 열차가 이미 개발돼 실제 운행 절차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토연구원은 최근 정치 여건과 남북 경제 교류 등을 감안할 때 초고속열차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놓았다.
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KTX를 초고속 ‘해무’로 교체하면 서울~부산을 1시간에 주파할 수 있다 한다.
이렇게 되면 부산의 교류 가능 인구는 현재 1497만 명에서 4223만 명으로 늘어나고 서울도 3344만 명에서 4172만 명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진다는 말이다.
운임 문제만 해결되면 생활 영역 구분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부산에서도 서울 출·퇴근이 가능함으로써 두 도시가 동일 생활권이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부산~서울~신의주~중국 간의 철도망 연결을 고려할 때 신개념의 초고속 열차 도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GTX보다 더 큰 변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른바 콤팩트(압축) 국토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