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10월 정기조회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고객 경험의 강화’와 ‘플랫폼형 사업모델로의 변화’를 꼽으며 강조한 말이다. 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리따움은 아리따움닷컴과 합쳐 세련된 모습으로 드럭스토어(뷰티편집숍)와 경쟁해야 한다. 얼마 전 문을 연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 앞에 많은 사람이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경험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자처하는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에는 메디힐, 스틸라, 파머시, 더툴랩 등 59개의 타사 브랜드가 입점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특정 상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임에도 타사 브랜드가 섞여 들어가면서 고객들의 호응을 더욱더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멀티 브랜드숍인 아리따움도 ‘데싱디바’ ‘키스미’ ‘카이’ 등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리따움의 변화는 뷰티업계의 오프라인 점포가 기존의 자사 브랜드숍에서 편집숍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단적으로 대변해준다. 더페이스샵, 비욘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LG생활건강의 자사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에도 코스닥 상장사 지엠피(GMP)의 자회사인 VT코스메틱과 방탄소년단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입점했다.
뷰티 시장은 단독 브랜드만 내세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화장품 브랜드숍 시대를 주도해온 에이블씨엔씨(미샤), 잇츠한불(잇츠스킨), 토니모리,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에스쁘아 등 브랜드숍들이 올해 상반기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추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 틈에 헬스&뷰티숍(뷰티 편집숍, 드럭스토어)는 날개 돋힌 듯 전성시대를 열며 플랫폼 위주의 뷰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헬스&뷰티숍 시장은 2010년 2000억 원대에 불과했던 데 비해 지난해엔 1조7000억 원으로 7년 새 8.5배 성장했다. 지난해 올리브영의 신규 가맹점 개점률은 26.9%로 2015년 5.7% 대비 21.2%포인트나 급상승했다.
업계는 뷰티 시장이 플랫폼 사업 위주로 바뀜에 따라 플래그십스토어 출점 전략도 대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히트 브랜드의 주목도가 과거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며 “뷰티업계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차별화한 브랜드 경험을 통해 충성 고객에 공을 들인다는 전략 아래 출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