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 계정의 주인을 두고 공방이 뜨겁다. 저승에 계신 혜경궁의 진짜 주인이었던 ‘혜경궁 홍씨’, 즉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빈(嬪)이었다가 아들 정조가 즉위한 후, 궁호가 ‘혜경(惠慶)’으로 오른 그 ‘혜경궁 홍씨’가 이 소식을 들으면 참으로 어리둥절할 것 같다.
혜경궁의 주인이었던 자신 외에 ‘혜경궁 김씨’가 또 있다는 사실에도 어리둥절하고, ‘혜경궁 김씨’가 자꾸 ‘혜경궁’의 주인이 아니라고 한다니 그 또한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것 같다. 트위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저승의 혜경궁 홍씨야 어리둥절한 게 당연하겠지만,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도 사건의 개요를 이해하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요 며칠 전부터는 ‘스모킹 건’을 들먹이니 그건 또 ‘무슨 총’이냐며 영문 몰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야말로 영문(까닭)도 모르는 영문(英文:English)인 ‘smoking gun’을 들먹이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모킹 건은 영국의 추리소설 ‘셜록 홈스’ 시리즈 중 한 작품에 나오는 “그 목사는 연기 나는 총(smoking pistol)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라는 대사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연기 나는 총’을 결정적 증거로 삼아 목사를 살해범으로 지목했는데, 나중에 총기를 뜻하는 단어인 ‘피스톨(pistol)’이 총기를 의미하는 또 하나의 단어인 ‘건(gun)’으로 바뀌면서 ‘결정적 증거’라는 관용어로 정착했다고 한다.
1974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할 당시 한 하원의원이 닉슨 대통령과 수석보좌관 사이에 오간 대화가 담긴 증거물인 녹음테이프를 가리켜 ‘스모킹 건’이라고 칭하면서부터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smoking gun’은 서양식 고사성어인 셈이다. 영문도 모르고 사용하는 영문이어서는 안 되겠기에 설명의 글을 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