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전문용어 중에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는 게 있다. 임계점은 ‘臨界點’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다다를 림’, ‘경계 계’, ‘점 점’이라고 훈독한다. ‘경계에 다다른 그 지점’이라는 뜻이다.
고체가 액체로 변하거나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것처럼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뀔 때의 온도와 압력을 일컫는 말이다. 임계점을 넘어서 고체가 액체로, 혹은 액체가 기체로 변하고 나면 온도나 압력이 임계점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다시 액체나 고체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의 임계점이라는 말은 인문학에서도 적잖이 원용(援用:끌어다 씀)한다. 배려와 간섭, 열정과 과욕, 청결과 결벽, 여유와 태만 등이 인문학에서 말하는 임계점에 자리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배려가 지나쳐서 임계점을 넘으면 간섭이 되고, 열정이 임계점을 넘으면 과욕이 되며, 청결과 결벽을 구분하지 못하여 지나치게 깔끔함을 챙기면 결벽(潔癖)이 되고, 여유를 갖는 것과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여 임계점을 넘어서면 게으름뱅이가 되고 만다.
12월은 해마다 반성도 많이 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내다보며 새로운 계획도 세우는 때이다. 지난 일을 반성하고 새 생활을 꿈꿀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임계점이다. 과욕을 부리면서 열정으로 착각하지 않았는지, 게으름을 피우면서 여유를 갖는 것으로 자위하지 않았는지, 타인이 불편하게 여기는 간섭을 하면서 그것을 배려라고 강변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그 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반성이 없이 임계점을 넘어선 계획을 세우면 계획을 세운 자신도 불행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불편함을 준다. 중요한 것은 한 번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시 원래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습관으로 굳어져서 한평생 임계점을 넘은 상태로 살 수도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