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교보증권 주최 ‘2019년 채권 포럼’에서 ‘대내외 불확실성과 한국 경제’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도체는 2016년과 2017년 가격이 너무 빨리 올랐다. 어느 정도 조절돼야 할 것이다. 최근 가격을 낮추는 요인은 중국이 공급을 늘리면서 (글로벌) 공급이 수요를 상회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중국이 양산하는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고사양 반도체 가격은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요인으로 △미국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 △유가급등 △반도체가격 급락 등 네 가지를 꼽으면서도 “미중 무역분쟁을 빼고 나면 나머지는 (글로벌 경제에) 위협적이거나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는 불확실성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이 얼마만큼 심화할지 장기화할지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대응방안도 그나마 외교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미국 금리인상이 이어지더라도 한국 경제가 당장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는 “(미 금리인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거나 민간부문 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신흥국에서 위험을 겪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했고, 터키는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며 “경상흑자로 보나 민간부채 증가도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으로 보나 우리나라는 적어도 다른 신흥국들이 위기를 맞고 난 한참 뒤에나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미 금리인상으로) 곧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기도 하는데 우리 경제의 위협요인이 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장기침체 유발 요인으로 글로벌 고령화와 공급과잉문제를 꼽았다. 그는 “중국 등 신흥국 과잉 투자로 생산능력은 많은데 수요가 따라 갈수 없으니 글로벌 경제의 슬로우다운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그나마 2016년 이후 최근 몇 년 사이 경제가 좋았던 것은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와 4차산업 혁명에 따른 관련 정보통신(IT) 제조업과 IT관련 서비스업이 부가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도 제조업 성장이 둔화하고 서비스업 개선 추세가 완만해진 가운데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침체나 위기는 아니다”면서도 “조금씩 악화하는 하강국면”이라고 전했다.
특히 산업간 불균형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봤다. 김 실장은 “수출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수출에서 한 섹터가 이렇게 장기간 기여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과거 산업경쟁력이 빠르게 확보되면 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모습을 반도체 외에서도 관찰했었다. 현재는 반도체 외에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를 포함해도 상품수출 증가율은 세계교역량을 하회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 성장모멘텀이었던 기업과 산업들이 점점 없어져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완화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산업의 선진화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 성장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 실장은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데 (정책적 노력이) 맞춰져야 한다. 또 부가가치 비율이 55%가 안되는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은 대부분 규제를 사이에 두고 보호와 진입장벽 사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그간 이런 문제 사이에서 숨어버렸던 정부가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국은행이 금융불균형을 이유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 경제정책도 평균적 성장률만 갖고 하면 안된다. 반도체 외에 경기가 쳐져 있는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올려 조달비용까지 올라가게 생겼다. (금리인상에) 더 조심스러웠다면”하고 아쉬워하면서도 “추가 인상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번 정도 더 올린다해도 완화적”이라면서도 “다만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성장률 등과 함께 경제상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