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속으로]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단상

입력 2019-01-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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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금감원장 임기는 3년이다. 그런데 금감원 건물이 서울 여의도에서도 바람 센 곳에 위치한 탓인지 역대 금감원장 중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거의 없다. 필자가 금감원에 근무한 7년 동안에도 원장은 세 번 바뀌었고 임기를 채운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IMF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관치금융의 폐해로부터 벗어나 금융산업의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한 민간특수법인의 필요성으로 인해, 분산돼 있던 금융감독기구를 통폐합하여 금감원이 설립됐다. 다만 금융산업의 공공적 성격으로 인해 행정적 통제를 위한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함으로써 민·관기구가 효율적으로 운영됐다. 이러한 체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 때 법을 개정해 금융위원회에서 독점적으로 금융산업에 대한 정책 수립, 감독권한을 갖게 됐는데, 법 개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금감원의 설립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비난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금융산업에 대한 관의 일방적 지배가 많은 부작용을 낳았음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금감원장의 역할과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기 때문에 금감원장이 누가 될 것이가? 하는 것은 항상 금융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다.

역대 금감원장은 대개 기재부 등 공직자 출신이 맡아왔다. 금융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행정적 측면의 숙달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므로 공직자가 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다만, 부원장(수석)까지 공직자가 맡는다는 점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2018년 금감원장이 짧은 시간에 여러 명 교체됨으로써 금감원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차라리 실력이나 인품이 어느 정도 검증된 공직자가 원장으로 임명되었다면 그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금감원장은 금융산업이나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공직자가 맡는 것이 더 능률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재부나 금융위 출신의 원장일지라도 친정으로부터 철저히 독립돼 금감원 업무를 외풍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실제로 과거 금감원에서는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무리하게 진행된 사업들이 있다. 무분별하게 도입한 공직자 재산등록제도나 과도한 취업제한, 정권 눈치를 보는 영혼 없는 금융검사, 축적된 기준이나 양정을 무시한 과도한 금융기업 옥죄기 등 국민들이나 내부 직원들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한 제도나 구태들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노자 도덕경에는 “滌除玄覽 能無疵乎(척제현람 능무자호)”라는 구절이 있다. 뜻풀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도자가) 몸을 숙여 백성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는가”로 해석된다. 이는 공직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이고 금감원장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장으로 일하면서, 지나가는 과객처럼 임해서도 안 되고,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여겨서도 곤란하다. 금융감독에 대한 최고 책임자로서 스스로 국민과 시장에 다가가 국익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를 허리 굽혀 찾는 겸손함이 금감원장의 첫 번째 덕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공직자들은 중요한 직책을 맡으면 무슨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증이 조금씩은 있다.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을 계속 잘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멋진 신사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사업을 뜯어 고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새롭고 화려한 것을 남기려 하기보다는 기존에 잘 정착된 사업을 계속 유지,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또한, 금감원 구성원들도 외부 기관으로부터의 독립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전문지식을 습득해 금융기업에 대한 미숙한 검사, 억지스런 검사, 갑질 검사가 없어야 한다. 금감원 조사 결과를 금융기업 종사자들이 승복하지 않거나 제재안이 비웃음을 산다면 그건 금감원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금융산업, 금융시장에 대한 최후의 감시자(watch dog)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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