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펼친 동전첩은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으신 부친의 온기가 묻어있는 것으로, 부친은 생전에 우표와 동전, 지금은 사라진 공중전화 카드, 심지어 유효기간이 지난 신용카드까지 모으는 취미를 갖고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차곡차곡 연도별로 정리된 동전들 사이에서 1970년 발행한 10원짜리부터, 2007년 화동옥션에서 12만원에 팔렸다는 1971년 100원, 20~30만원을 호가했다는 1974년 100원, 1982년 최초 발행한 500원 등 소위 희귀동전들을 찾을 수 있었다.
희귀동전 중 가장 귀하신 몸은 1998년 발행한 500원화다. 실제 경매에서 100만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로 일반인 대상 발행이 전혀 없는 가운데, 해외 홍보용 주화세트만 일부 만들어 판매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발행수량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시중에서는 7000~8000개 정도가 제작됐다고 추정하는 중이다.
1970년 10원도 귀한 대접을 받는 동전이다. 적동색과 황동색 두 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 중 구리와 니켈 합금 등 함량이 조금 다른 적동이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도 1966년 10원, 1972년 50원, 1970년 100원, 1982년 500원도 각각 해당 화종의 최초발행년도 동전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희귀해서 그런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1998년 500원화의 경우 해외 홍보용 주화세트만 만들었다. 수량이 얼마 안되다보니 소장하고자 경쟁이 높은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함량이 조금 다르게 나온 1970년 10원 적동도 양이 많지 않아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별년도에 발행해 희귀동전이라도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손때가 묻지 않은 미사용 동전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용 동전의 경우 여러 손을 거치면서 상처가 생기고, 원광이 날아가며, 도안이 지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 거래상 중 하나인 강남화폐주화 관계자는 “시중에 회자되는 희귀동전의 높은 가격들은 미사용 동전 기준이다. 사용 동전은 특별년도라 하더라도 몇천원에서 2~3만원에 그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용재의 경우 화폐상에서는 거의 매입하지 않는다. 개인 경매 사이트에서나 팔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1982년과 1987년 500원은 사용재라도 2~3만원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희귀동전 가격은 점차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희귀동전 가격이 최근 1년 사이 많이 올랐다. 이유는 모르겠다. 수집이라는게 바람을 타기도 해 언제는 지폐가 언제는 동전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