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한 미국의 ‘따돌리기’ 전략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독일이 7일(현지시간) 발표한 통신보안 관련 새 가이드라인에 중국 기업 ‘배제’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독일 통신규제기관인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는 연방정보보안청(BSI)의 도움을 받아 통신보안 새 가이드라인을 펴냈다. 3월로 예정된 독일 정부의 5G 주파수 경매가 시작되기 전 공개됐다. 이 가이드라인에 예상과 달리 ‘화웨이’란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EU)에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입찰에서 화웨이 등 중국 업체를 배제할 것을 요구해 왔다. 통신 장비에 숨겨진 장비를 통해 유출된 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화웨이 견제 움직임에 합류해 왔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핵심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거나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도 5G 네트워크 장비 입찰에서 보안 우려가 제기된 화웨이 등 중국 업체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새 가이드라인에 ‘화웨이’를 명시하지 않고 보안 규정을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가이드라인은 “통신 비밀에 관한 규정 및 국가 안전 규정을 명백하게 준수하는 공급 업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또 “BSI가 승인한 시험을 통과한 후에만 핵심 구성 요소를 설치할 수 있고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자의 참여 조건을 강화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으면 누구도 배제한다는 의미지만 ‘화웨이’를 분명히 명시하지 않아 화웨이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최근 들어 독일은 화웨이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주요 부처 장관회의에서 “독일 정부는 화웨이의 5G 참여를 법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르네 쉔봄 BSI 국장은 “독일과 중국 간 스파이 행위에 관한 합의가 화웨이의 5G 참여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 준다”며 화웨이를 배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