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경기침체 공포, 한국경제 어떻게 되나

입력 2019-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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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미국발 경기침체의 공포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현상과 흡사하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미래 불확실성과 투자 위험 때문에 당연히 장기 금리가 높아야 한다. 지난달 말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2.40%대까지 떨어져 3개월물 국채 금리보다 낮았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조로 나타났던 2007년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경기가 급격히 침체할 것으로 예상되면 미래 투자자금 수요가 감소해 장기 금리가 떨어진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1960년대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날 때마다 여지없이 1~2년 안에 경기침체가 온 바 있다.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의 불안을 겪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3%에서 2.1%로 낮췄다. 지난해보다 0.8%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향후 미국 경제의 침체가 본격화하면 세계 경제는 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가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올릴 때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초 미국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8%에서 3%로 낮춰 경기를 활성화하고 곧바로 6%로 올렸다. 이후 1995년 남미와 1997년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터졌다. 2000년대 초 미국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6.25%에서 1.00%로 낮춰 경기부양을 한 후 다시 5.25%로 올렸다. 이후 2006년 서브프라임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는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경기회복에 성공한 미국은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여 최근 2.25~2.50%까지 인상했다. 세계 각국의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터키, 남아공,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은 언제 금융위기에 휘말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관세전쟁으로 시작한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패권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아 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동시에 미국 경제도 피해를 입어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 경제도 하락세다. 양대 경제대국이 스스로 화를 입으며 세계 경제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풍전등화의 신세다. 세계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 경제가 회복이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줄고 있다. 지난 3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작년 12월에 이어 4개월 연속 감소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정부의 목표인 2.6~2.7%에 비해 현격히 낮다. 설상가상으로 고용침체와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하면서 내수도 빈사 상태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업률은 3.8%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여기에 가구당 가계부채가 평균 7700만 원이 넘는다.

지난 2월 경제의 3대 축인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했다. 산업 생산, 소비 판매, 설비 투자가 전달보다 각각 1.9%, 0.5%,10.4% 하락했다.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세다. 사상 최장 기간이다. 현 추세로 가면 한국 경제의 추락은 시간 문제다. 문제는 정부의 경제진단과 정책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산업활동 및 경제심리 관련 지표들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 세금을 투입하는 분배중심의 경제정책을 계속 펴고 있다. 경제가 수출과 내수 기반이 동시에 무너지는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경제마저 무너뜨리는 현상을 낳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 명을 넘는다. 최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37%나 감소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위기를 맞고 있는데 한국 경제가 앞장서서 주저앉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경제정책을 기업투자 활성화와 성장동력 회복 우선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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