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연초부터 이마트가 ‘국민가격’을 내세우며 가격할인을 이어가자 롯데마트는 경쟁업체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하루만에 이마트는 ‘국민가격’과 ‘블랙이오’를 동시에 진행하고, 홈플러스는 ‘가격혁명’ 행사로 맞불을 놓았다. 10년만에 대형마트 업계가 벌였던 이른바 ‘10원 전쟁’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롯데마트는 다음 달 1일까지 2주간, 온·오프라인 최저가 이벤트 ‘극한도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은 이마트 온라인몰 홈페이지보다, 온라인은 쿠팡과 가격 비교를 통해 최저가를 유지한다. 대놓고 이마트와 쿠팡을 겨냥했다. 대표 상품은 ‘팔도 비빔면(5입)’이 3530원, ‘비트 액체 진드기 세제(각 3L, 일반/드럼)’이 각 6800원, ‘롯데푸드 라퀴진 베이컨(120gx2)’이 5980원이다.
하루만에 이마트가 반격에 나섰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상반기 최대 비수기인 4월에 ‘국민가격’과 ‘블랙이오’ 행사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두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는 ‘국민가격’ 행사의 일환으로 제철 맞은 참외를 ‘골라 담기’와 호주산 스테이크를 각 40% 할인된 가격으로 준비했다. ‘블랙이오’ 행사로는 공산품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인다.
3월 초부터 26일까지 ‘쇼핑하라 2019’ 행사를 진행한 홈플러스는 1차 행사를 마쳤지만 경쟁사들이 할인에 돌입하자 이달 17일까지 앵콜 행사로 연장했다. 연장전을 끝내자마자 18일부터 ‘가격혁명’ 프로모션으로 또다시 할인을 이어간다. 행사 기간 호주산 소고기를 싸게 내놓고, 일별 특가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2010년 대형마트의 최저가 경쟁은 연초부터 이마트가 상시할인을 통해 생활필수품 12개품목의 가격을 낮추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가세하면서 촉발됐다. 이들 3사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경쟁사의 가격 동향을 확인한 후 점포별로 10원씩 가격을 조정하며 대응해 ‘10원 전쟁’으로 이름붙여졌다. 당시엔 3사 모두 승리자가 됐다. 그 해 1분기 대형마트들은 10%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0%이상 치솟은 업체도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 전과 사정이 다르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당시엔 ‘풋내기’에 불과했던 이커머스가 유통공룡으로 성장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들의 전략이 예전만큼 먹힐지 미지수다. 출혈경쟁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단가 인하에 부담을 느끼는 납품 업체가 발을 빼기도 쉬워졌다. 실제로 10년 전 ‘10원 전쟁’에서는 농심과 CJ제일제당 등이 납품을 중단하거나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쟁은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에도 고객수가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마진율 하락에 따른 비용 부담에 유통업계의 실적은 악화되고 납품업체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