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제품이나 장소, 1호 가게 등을 찾아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관련 산업을 이야기해 보는 코너입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우리나라 최초', '우리나라 1호' 타이틀을 가진 제품과 장소, 가게 등을 통해 이들의 성공신화, 혹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북한에서 무장공비나 간첩들을 남한으로 내려보낸 것처럼 우리나라도 북한으로 특수요원들을 많이 보냈는데요. 이 잠수함은 1991년부터 2016년까지 그런 특수요원들을 북한으로 투입하는 데 사용한 택시 같은 용도였습니다.”
23일 ‘대한민국 1호’를 찾아간 곳은 서울 마포구 마포나루길에 있는 서울함 공원이었다. 이곳은 바로 서울 최초의 함상공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 중 하나가 전시된 곳이다.
서울함 공원은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30년간 우리나라 바다를 지켜 온 ‘서울함’(호위함)을 비롯해 ‘참수리’(고속정), ‘잠수함’ 등 3척의 퇴역 군함을 중심으로 조성된 ‘서울시 최초의 함상테마파크’다.
퇴역함정은 해군으로부터 무상으로 대여받았으며 원형 그대로를 보존한 3척의 군함은 서울시민들에게 이색적인 전시를 제공한다. 특히 마치 해군이 된 듯 전투함 내부를 내딛는 발걸음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메인 건물인 ‘서울함 공원 안내센터’에서 입장권을 끊으면 전투함 내부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성인은 3000원, 청소년, 군인은 2000원, 어린이는 1000원에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는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10시~오후 8시에 관람할 수 있다. 단,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로 시간이 바뀐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입장권은 놀이동산에 가면 주는 팔찌 형태의 종이 띠로 만들어졌다. 이 입장권에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는데 각 전시관을 다니면서 입구에 QR코드를 가져다 대면 문이 열린다.
입장권에는 구매한 날짜와 시간 등이 입력돼 있어 구매 당일에만 이용할 수 있다.
안내센터를 들어가면 해군모자와 해군복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선 전시된 함정들을 살펴보면서 이날 하루만큼은 해군으로 변신해 그 기분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해군모자와 해군복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해군복은 액세서리를 포함해 2000원, 해군모자는 1000원에 대여해주며, 분실이나 훼손 시에는 배상비가 별도로 청구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곳에 전시된 첫 함정인 잠수함(돌고래함)을 만날 수 있다. 이 잠수함은 1991년부터 2016년까지 특수작전 임무를 수행했던 190톤급 규모의 돌고래급 잠수함이다.
관람객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잠수함 우측이 절개된 상태로 전시돼 있다. 실제로 내부 공간이 굉장히 좁았다. 하지만 그 안에 화장실, 침대, 주방, 탁자 등 다양한 생활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고, 반대쪽으로는 통신장비와 발전기, 어뢰 등 기계들이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함 공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해군력 증진을 위해 지속해서 잠수함을 보유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에 해외의 소형 잠수함을 원조받아 사용하다가 해당 잠수함을 기반으로 자체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것이 바로 이 돌고래함”이라며 “1983년 4월 2일 돌고래 051함 진수식을 시작으로 1989년 12월 15일 돌고래 052함, 1991년 8월 30일 돌고래 053함까지 총 3척을 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돌고래함은 관련 기술 노하우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설계로 개발된 것으로, 많은 부품을 국산화했다. 이곳에 전시된 것은 돌고래 053함으로, 초창기 3개의 모델 중 막내급이다.
당시 돌고래함의 운용 경험은 이후 도입된 장보고급 잠수함의 빠른 실전 배치와 운용능력 배양에도 큰 밑거름이 됐다.
2층으로 이동하면 고속정인 참수리함을 만날 수 있다.
참수리함은 우리나라 연안경비를 담당했던 130톤의 고속정이다. 1978년부터 건조돼 실전 배치돼 운용되고 있으며, 서해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며 활약한 함정이다.
영화 ‘연평해전’을 봤다면 익숙할 만한 함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78년 건조된 초기 모델로, 이곳에는 에머슨 사의 30mm 쌍열포와 20mm 벌컨포가 2문 배치돼 있다.
서울함 공원 측은 참수리를 찾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M-60 기관총’도 배치했다. M-60 기관총은 무게 10.432kg에 7.62mm 탄을 쓰는 탄알띠 장전식의 기관총으로,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북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울 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다.
참수리함의 내부도 살필 수 있다. 통신실과 조타실에서는 관람객들이 실제로 참수리함을 운용하는 듯한 느낌까지 자아낸다.
전투함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서울 내에 특별한 체험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함 공원 안내센터’ 건물을 빠져나오면 서울함으로 이동할 수 있다.
1984년 국내기술로 건조돼 30년간 우리나라 영해수호의 임무를 마치고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서울함은 1900톤, 전장 102m, 전폭 11.3m의 호위함이다.
이곳에서는 서울함 내부 1층의 생활 공간과 2~4층의 각 업무공간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커다란 크기만큼이나 볼거리도 다양했다. 외부 전시에서는 서울함의 다양한 무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퇴역했지만 지금도 돌아가는 탐색레이더도 이목을 끌었다.
커다란 어뢰와 기관포 등은 가까이서 보니 그 매서움과 웅장함에 감탄이 나왔다.
외부 전시를 한 바퀴 돌면 내부 전시도 볼 수 있었다.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여군 실습생을 위한 침실과 화장실이었다. 이곳에 전시된 다른 함정과 달리 서울함에는 여군 실습생을 위한 장소가 있었다. 서울함이 운용되면서 여군의 배치도 활발히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함 공원 관계자는 “서울함에는 여군을 위한 화장실이나 샤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이전에는 여군을 위한 공간이 별도로 없어 일기예보를 보고 남성 해군들이 비가 올 때쯤 보고 몸에 비누칠한 뒤 갑판에 나가 빗물로 씻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면서 “지금은 다 우스갯소리일 정도로 여군을 위한 시설이 함정에도 설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함 전시 초기에는 내부 사병식당에서 전투식량과 군용건빵 체험이 진행됐지만, 지금은 운영이 종료됐다.
그래도 그 흔적은 남아있어, 전투식량 체험이 계속 이어졌다면 이곳을 찾은 서울시민에게 재미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같은 아쉬움에 과거 ‘e기자가 해봤다’에서 미국과 프랑스, 독일, 한국의 전투식량을 비교했던 기사를 다시금 소개한다.<기사 바로가기 클릭>
이 밖에도 조타실과 전탐실 등의 모습이 서울함이 현장에서 운용됐을 때는 어떠했을지 추측하기 충분했다.
“서울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강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서울함 공원. 이곳에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방문해 생생한 군함 체험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