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보는 국내 정치권에서도 “무상복지 포퓰리즘 탓이다” “아니다. 보수세력의 농간이다”라고 상대를 비난하고 있다. 100여 년 전 조선시대 말기를 보는 기시감(deja vu)을 피할 수 없다.
경제 운용은 실용적(pragmatic)이어야 한다. 이 말은 경제를 운용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정책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실질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혼동하여 사회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정책 수단을 사용한다든가, 정책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통제)변수 간의 목표-수단의 전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득은 목표이고 소비가 수단이다. 소비와 투자, 정부 지출(재정)과 순수출(수출-수입)이 국민소득을 구성하는 것은 상식이다. 소비는 미래의 소득 상승이 예상되어야 증가한다. 경제정책 성공의 핵심은 문제를 바로 공략하는 데 있다. 우회적 수단으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때 부작용과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경제운용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기업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하고 경쟁압력을 유지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급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거시적으로는 물가 안정, 높은 고용률 및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다음 세대가 그 과실을 수확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놓는 것이다. 경제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규제를 잘못 가하면 암세포처럼 증식하여 몸 전체를 괴물로 만든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베네수엘라의 복지 지원은 유가가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을 때 급격히 도입되었다. 복지 지원은 기득권(entitlements)이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여도 물릴 수가 없다(irrevocable)는 특징이 있다. 복지 지원의 도입과 함께 석유, 전력, 통신, 은행 등 기간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동시에 진행하였다. 국유화한 기업에는 친정권 인사를 배치하여 부패로, 또 전문성 부족으로 결국 경영실패를 자초하였다.
2015년 들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었고 경제는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는 근면한 국민성과 유럽 물류의 중심지 역할로 지정학적 이점까지 누리고 있던 네덜란드 경제마저도 도탄에 빠지게 하였던 역사가 있다. 하물며 석유(산업) 수출이 전체 수입의 90%를 초과하는 베네수엘라라면 두말할 필요가 있으랴!
잘나갈 때 미리 대비해 두지 못하면 언젠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자원 의존 경제의 운명이다. 그래서 중동 산유국들은 오래전부터 외환 리저브를 활용하여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대체산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바이의 경우를 보자. 셰일원유 및 가스가 대체재로 등장하고, 수요 측면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공해 문제로 화석연료 사용이 언젠가 규제 대상이 될 것을 예측하고 관광과 비즈니스센터로서 주력 산업을 전환하여 유가와 상관없이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식품과 비철금속 등 제조업 육성에, 카타르는 의약품 산업에, 그리고 바레인은 금융업으로 미래의 저유가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념상 좌파나 우파, 그건 사상의 문제이므로 자기 마음이다. 그러나 경제는 유기체이므로 한 번 붕괴되면 회복이 힘들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