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1년은 ‘유연한 호랑이’로 평가받는다. 소신은 지키되 위기 땐 유연한 모습도 보였다. 다만 그에 따른 성과는 남아 있는 과제로 꼽힌다.
윤 원장이 8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윤 원장은 취임 전부터 ‘호랑이’라 불릴 정도로 진보적 소신이 강한 인물로 통했다. 학자 시절 노동이사제, 금융 감독 체계 개편,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앞장서서 주장해 왔다.
취임 1년을 맞은 지금, 윤 원장은 학자로서의 소신과 금감원장의 역할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 취임 초기에는 학자 시절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금융위와의 갈등이 계속되자 유연한 모습도 보였다. 윤 원장은 “학자로 살아왔기에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그런데 금융감독 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상을 실현하고자 할 때 늘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왔다”며 스스로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협력적 관계자인 금융위에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선 학자 시절부터 지켜온 소신은 잠시 뒤로 미뤘다. 대표적인 게 노동이사제다. 윤 원장은 “아직 사회적으로 수용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 천천히 가겠다”며 속도 조절 의사를 밝혔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윤 원장의 핵심 정책이었고 지난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갈등까지 불렀던 사안인데 윤 원장이 한발 물러난 것이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도 시간을 두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의 ‘소비자 보호’ 원칙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보험사들의 즉시연금, 암 보험금 지급 권고는 소비자 보호의 대표적인 예다. 암 보험의 경우 소비자단체와의 만남도 이어가며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4년 만에 부활시킨 종합검사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출 중소기업에 큰 손해를 끼쳤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재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그에게는 남겨진 숙제가 있다. 지켜온 소신에 따른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소신을 성과로 내기 위해서는 금융위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자 출신, 민간 출신의 한계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민간 출신 원장으로서 소신을 지켜낸 1년이었지만, 이에 대한 결실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금융위와의 협조와 금융사와의 소통을 통해 취임 2년 차에는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소신에 맞는 결과가 나와야 앞으로 윤 원장의 행보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