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의 자서전이자 일기이며 유서라고 할 수 있는 ‘백범일지’에 의하면 백범 선생은 청년 시절에 당시 황해도의 선비였던 고능선(高能善 1842~1922)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는데, 고능선 선생은 백범 선생이 결단력이 부족함을 알고 평생의 좌우명이 될 만한 글을 일러 주었다고 한다. “득수반지부족기, 현애살수장부아(得樹攀枝不足奇, 懸崖撒手丈夫兒)”가 바로 그 구절이라고 한다. “나무 가지에 높이 오르는 일은 결코 기이한 일이 못 된다. 벼랑에 매달려 있을 때 손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이다”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서 높은 가지 끝까지 오를 수 있는 사람을 일러 ‘참 기이한 재주를 가졌다’며 곧잘 칭찬하곤 하지만 실은 그렇게 나무에 잘 오르는 것은 기이한 일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벼랑 끝에 매달려 있을 때 구차하게 살려 하지 말고 과감하게 손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대장부라는 의미이다.
撒은 흔히 ‘뿌릴 살’이라고 훈독하여 물이나 농약, 전단지 등을 살포(撒布)한다고 할 때 주로 사용하는 글자이지만 ‘놓다, 놓아버리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撒手는 곧 ‘손을 놓아버리다’는 뜻이다. 벼랑에 매달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느니 손을 놓아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이다. 백범 선생은 거사 직전의 윤봉길 의사에게도 이 시구를 들려주었다.
이 구절은 중국 남송시대 도천선사(道川禪師 1127?~1130) 시의 일부분인데 다음 구절은 “물이 시리고 밤공기가 싸늘하여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빈 배인 채로 달빛만 싣고 돌아오면 되는 게지(水寒夜冷魚難覓,留得空船帶月歸.)”이다. 인생의 배는 반드시 뭔가로 채워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비우고 놓을 때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고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懸涯撒手를 실천한 진정한 대장부가 아닐까? 攀:오을 번, 懸:매달릴 현, 覓:찾을 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