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전 장관은 보수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파죽지세의 기세로 1위를 달리면서 테리사 메이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대권을 잡고자 여론을 분열시키는 등 지금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그는 2008년 런던 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보수당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불렀으며 영국의 국제화에 열의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강했던 런던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 국민투표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보이면서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의 얼굴 역할을 했다. 심지어 그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와 함께 EU에 잔류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자 국민투표 실시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브렉시트 강경파로 돌아서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영국 정치권이 분열돼 브렉시트를 3월 말에서 10월 31일로 미루게 된 배경에도 존슨 전 장관이 있다. 메이 현 총리가 EU와의 경제 관계를 중시한 브렉시트를 추진한 것에 반발해 지난해 7월 전격적으로 사임한 것이다. 이후 존슨은 브렉시트 강경파의 대표로서 메이 정권과 EU가 합의했던 브렉시트 협정에 번번이 딴죽을 걸었다. 한마디로 자신이 권좌에 오르고자 영국과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 경제 운명을 결정지을 브렉시트를 이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도 존슨 전 장관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외무장관이었던 2016년 7월 “무책임한 정치인이 영국을 브렉시트로 유도하고 나서 뒤에서 크리켓을 즐겼다”며 “솔직히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칭했던 정치인이 브렉시트 캠페인의 얼굴이었던 존슨 전 장관을 가리킨 것은 분명했다. 존슨 전 장관은 국민투표 직후 크리켓 유니폼 차림으로 담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브렉시트 배후로 주목받는 존슨만큼 유럽 각국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정치인은 없다며 그가 파렴치하고 위험한 포퓰리스트라는 시각이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그는 영국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국 국민이 존슨을 선호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분열과 무기력함에 너무 지쳤기 때문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표되는 존슨이 브렉시트 난국을 돌파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존슨은 이변이 없는 한 7월 말 메이 총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이제 누군가를 비판하면서 딛고 올라갈 자리가 더는 없다. 총리라는 최종 야망을 실현하게 된다면 책임감 있는 자세로 역사의 과제를 완수하길 바란다.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