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플럼코트’의 재배면적은 2007년 10㏊에서 2018년 133㏊로 10년 사이 13배나 늘었다. 최근에는 플럼코트를 이용한 수제 맥주와 아이스크림, 빵과 음료까지 시장에 나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과일 소비 구조를 보면, 1980년대에는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 감귤 등 6대 과종 위주였다면 지금은 키위, 자두, 살구, 매실, 블루베리, 복분자, 오디, 아로니아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소비자는 왜 자꾸 새로운 과일을 찾는 것일까?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대중의 과일 소비 경향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에 관심을 보인다. 관심과 흥미를 의미하는 ‘인터레스트(interest)’라는 단어는 ‘다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가 어원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지 못한 다른 것, 즉 새로운 것을 알아보고 구별하는 능력은 인류의 생존 본능이다. 바나나, 오렌지의 수입은 감소 추세인 반면 망고, 체리, 자몽과 같이 이색적인 과일의 수입이 느는 것도 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플럼코트’의 인기도 이런 흐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도 과일의 소비 지형을 바꾼 주요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578만으로 전체 가구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대가족이 대부분이던 시절에는 제수용 과일처럼 큰 과일이 인기였지만,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작은 과일, 먹기 편한 과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도 크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1.22도 높아졌다. 과일은 수확할 무렵 기온이 너무 높으면 색이 진하게 물들지 못한다. 이것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환경적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그간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배 ‘조이스킨’과 맛이 뛰어난 중간 크기의 사과 ‘피크닉’,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미니사과 ‘루비에스’ 등을 개발했다. 달콤한 과일을 찾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단맛을 강화한 품종도 선보였다. 복숭아의 경우, 6~8월 비가 많이 내리면 단맛이 빠져버리는 일이 잦았지만, 지금은 ‘미스홍’과 ‘선미’처럼 당도 높은 품종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가을부터는 달콤한 천도 품종 ‘스위트퀸’, ‘이노센스’의 묘목을 분양할 계획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고온에도 선명한 빛을 띠는 사과 ‘아리수’와 ‘홍로’, 포도의 경우 ‘홍주시드리스’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과일은 땅에 심어 수확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새로운 과일이 소비자에게 팔리기까지는 15~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시장 변화에 즉각 대처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가 원하는 과일을 육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기능성을 갖추고, 먹기 편한 가성비 높은 ‘인싸’ 과일을 개발해 우리나라 과일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