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여름 휴가차 찾은 독일 베를린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공유 전동킥보드 ‘라임’이었다. 차도 위를 거침없이 달리는 전동킥보드가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다만 달리는 전동킥보드만큼이나 여기저기 방치돼 쓰러져 있는 것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혁신적인 이동수단’과 ‘도시 흉물’은 한 끗 차이였다.
전동킥보드를 타기에 독일의 도로 환경이나 관련 규정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올해 6월부터 독일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이 합법화됐는데 차도와 자전거도로에서만 운행할 수 있게 돼 있다.
독일의 자전거도로망은 차도만큼이나 촘촘하다. 전동킥보드가 달릴 공간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라임 자체적으로도 흉물 취급을 받지 않고자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 같은 곳은 앱에서 주차 불가 지역으로 뜨고, 만약 주차 불가 지역에 주차할 시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 우리나라 최초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킥고잉의 경우 앱에서 주차 불가능 지역을 표시하긴 하지만, 벌금 부과와 같은 강제 요건이 없다.
또 다른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씽씽 역시 정해진 주차 구역이 따로 없다. 내 집 앞에, 혹은 공원에 덩그러니 전동킥보드가 쓰러져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의미다.
도로 여건은 또 어떤가. 정부는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이미 경기도 동탄역과 시흥시 정왕역 부근에서는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도로가 일반 도로나 인도만큼 보편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전거도로에서 주행을 허용하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어디서나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공존하는 독일에서도 범칙금을 내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쏟아진다.
지난달 외신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서 고작 4시간 동안의 경찰 단속으로 60건의 전동킥보드 교통법규 위반이 적발됐다.
이미 ‘킥라니(전동킥보드가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비판하는 합성어)’라는 조어가 말하고 있듯 전동킥보드가 도로 위 애물단지를 넘어 무법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리보다 빨리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이 커진 유럽, 미국에서 규제 완화보다 규제를 도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에 발맞춰 규제 정비와 업체 나름의 자구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