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이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 퇴직금, 산재보험 등과 같은 노동법상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최근 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근로자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들에 대한 보호법규가 없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배달 플랫폼 업체인 ‘요기요 플러스(요기요)’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원 5명이 제기한 임금체불 진정사건에서 이들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앱을 기반으로 하는 배달원에 대해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요기요가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고용노동부의 결정은 이른바 ‘플랫폼 종사자’가 자영업자인지 아니면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그 법적 지위가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큰 반면, 체불임금이나 위장도급 여부를 둘러싸고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배달원들은 대개 플랫폼 업체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자기 소유의 운송 수단을 이용하여 배달한 다음 건당 수수료를 받고 유류비도 자신이 부담한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앱을 이용한 자영업적 성격을 가진 새로운 고용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될 소지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플랫폼 업체가 배달원들의 근태관리나 서비스에 관여하는 경우에도 이를 개인사업자로 볼 것인지의 여부이다. 고용노동부는 요기요가 출·퇴근시간을 관리하고 건당 수수료를 시급으로 지급한 점 등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판단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을 매개로 한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고용관계가 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잣대로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자칫 공유경제 기반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서 종전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전형적인 제조업의 단순 업무 종사자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결이 다른 플랫폼 고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와 같은 고민은 최근 ‘타다 사태’에서도 볼 수 있다. 타다는 일반택시와는 달리, 11~15인 승합차를 대여하면서 운전기사를 알선하고 있는데, 여기서 쟁점은 타다가 ‘자동차 대여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만약 타다가 자동차 대여사업자에 해당한다면 운수사업법상의 예외규정에 따라 허용될 여지가 있지만, 여객 운송사업자로 본다면 운전기사 알선에 대한 불법 파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택시업계는 일찍이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가 검찰 기소에 대해 벤처업계가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하자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하다.
신산업은 기존 산업과 이해충돌을 빚기 마련이다. 이럴 때 정부가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종전의 기준으로 규제하려 든다면 신산업 창업 및 혁신이 중단될 수 있다. 물론 노동법의 적용을 회피하고자 신산업으로 위장하여 편법과 불법으로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마땅히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정보기술(IT) 등 기술혁신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공유경제 속에서의 신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 정비가 시급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