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사달이 나는 까닭

입력 2019-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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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그런데 이 계절에는 말뿐 아니라 사람도 살이 찌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계속 무언가를 먹고 싶다(나만 그런가?).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가을철에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이 더 생기는 이유는 세로토닌(serotonin) 영향일 수 있다고 한다. 세로토닌은 아미노산의 한 종류로 사람의 기분(우울증, 불안증), 수면, 식욕 등에 영향을 끼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특히 탄수화물 섭취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식욕이 왕성해지고, 증가하면 식욕이 감퇴한다. 세로토닌이 감소해서인지 요즘 나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맛있는 음식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또 먹을 때가 많다. 이렇게 먹다간 사달이 날 것만 같다.

우리가 많이 헷갈리는 단어로 사달과 사단을 꼽을 수 있다. 위의 상황에서는 ‘사달’이 맞는 표현이다. 사달은 사고나 탈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교통법규를 종종 어기던 그 사람은 그날도 무단횡단을 하다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달이 났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그에 비해, 사단(事端)은 사건의 단서 또는 일의 실마리를 의미한다. “별 뜻 없이 한 행동이 그를 궁지로 몰아넣는 사단이 되었다”, “모든 일의 사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등으로 쓸 수 있다.

그러므로 ‘사고나 탈이 생기다’라는 의미로 쓸 때는 “사달이 났다”로 써야 올바르다. 논어의 선진편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아서 식탐도 과하면 결국 사달이 난다.

앞서 언급한 세로토닌은 햇빛과도 연관이 있다. 하루 해가 긴 여름보다 일조량이 점차 줄어드는 가을에 세로토닌이 더 감소한다고 하니 산책하며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겠다. 왕성한 식욕을 억제할 수 있는 하나의 사단을 찾았으니 오늘도 가을 햇빛을 듬뿍 받으며 사달이 나지 않도록 열심히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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