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덕6(재개발)·신수2(재건축)구역 모두 일몰제 연장을 놓고 갈등이 심해 현재 추진 상황을 말하기 어렵습니다.”(마포구청 관계자)
일몰제가 도래하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장에 비상이 걸렸다. 일몰제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률·규제·규정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제도를 말한다. 정비사업장에 일몰제를 적용하면 재개발·재건축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다.
일몰제에서 적용받지 않으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내년 3월 2일까지 관할 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거나, 토지 소유자의 30% 이상 동의를 얻어 일몰제 적용 연장을 신청하거나, 해당 관할 구청장이 서울시에 일몰제 연장을 요청하는 것이다. 일몰제 적용 연장 여부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가 아닌 자문으로 결정한다.
현재 13개 구(강남·강북·관악·구로·동대문·동작·마포·서초·성동·성북·송파·영등포·용산구), 35곳이 일몰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남4구(강남·강동·서초·송파) 중에서는 강동구만 제외하고 모두 해당한다. 강남구에서는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3·4·5구역, 서초구에서는 방배삼호·신반포4차·서초진흥·신반포25차·신반포26차·신반포2차·삼호가든5차, 송파구에서는 장미아파트와 한양2차가 일몰제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 조합설립인가 신청이나 일몰제 연장을 준비 중인데 이 중에는 주민 간 불협화음이 나는 곳도 있다.
강북구 미아11구역은 현재 추진위조차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일몰제 적용을 연장하려면 추진위가 없어도 토지소유자가 관할 구청에 일몰제 연장을 신청하면 된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심축이 없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될 수 있어 자칫 일몰제를 적용받을 가능성도 크다. 마포구에서도 공덕6·신수2구역의 경우 일몰제 연장 여부를 두고 주민 간 갈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신청이나 일몰제 연장을 준비 중인 사업장도 일몰제에서 안전하다고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4일 일몰제 적용 대상 사업장이 있는 자치구청 담당자를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매주 ‘일몰제 정비사업장 관리 철저’란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자치구청에 발송하고 있다. 올해 들어 8차 공문까지 보냈다. 그런데도 일부 자치구청에서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여유롭거나 수수방관하고 있다. A구청 관계자는 “일몰제 적용 대상지가 변동된 부분은 없다”며 “이 사안은 서울시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3월 초까지 석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각 자치구청에서는 천천히 진행하려고 한다”며 “(일몰제 연장) 주민 동의가 모이지 않으면 구청장을 통해 내년 2월쯤에 (일몰제 연장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몰제를 적용받은 정비사업장이 생기면 시장 불안은 물론 서울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서울 주택시장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신축 아파트를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인식이 강하게 생겼다. 여기에 수십 년간 정비사업지로 묶여 있던 곳까지 재개발·재건축 시도도 못 하게 되면 수급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몰제 기간이 끝나면 신·증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있지만 제대로 된 계획이 없다면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난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몰제를 특정 기간으로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각 사업장 상황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나와 있는 일몰제 기간(정비구역 고시일로부터 2년 내 조합설립추진위 승인 등)은 강한 규제”라며 “해당 기준을 재고할 필요가 있고 법령으로 정했다고 해서 현장에 무조건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