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 기업이 일정량의 저공해차를 의무적으로 판매토록 하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내년 시행되지만, 목표 미달성 기업에 대한 징벌 여부 등 쟁점사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6일 자동차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3월 통과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자동차 판매자가 연간 저공해차 판매 계획을 환경부에 미리 제출하고 승인받도록 하는 내용의 ‘저공해차 의무판매제’를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이 법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담은 시행령과 고시를 하반기에 연이어 발표했지만, 논란이 된 징벌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안이 처음 논의될 당시 정치권에서는 의무 판매 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에 산업계가 반발하자 환경부는 기업과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4월부터 페널티 부과방식 등을 포함한 세부사항을 논의해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이 하루빨리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간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매년 자동차 판매자가 수도권 지역에 보급해야 할 저공해 자동차의 비율을 고시해왔다. 하지만 지역이 수도권에 국한되고, 판매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자 국회가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졸속ㆍ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간기업이 연간 판매 계획을 승인받도록 한 건 과도한 규제이고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지난달 산업발전포럼에서 “저공해차 판매의무제도는 심층적 분석 없이 관계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이후 중복규제 문제 등으로 업계와 부처 간 견해차가 커 하위법 제정에 난항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3월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바로 다음 날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환노위는 “과징금 부과는 제작사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과징금이라는 명칭 자체도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환경부가 목표 미달성 기업에 대한 조치 방안을 2019년 상반기까지 관계기관과 협의해 국회에 보고하라”는 부대 의견을 남긴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자신들도 인지했고, 산업 관계 부처와 업계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에 떠밀려 국회가 성급히 법을 통과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이 법에 근거해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4500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한 기업은 저공해차 의무보급제를 적용받는다. 국내 완성차 5사(현대ㆍ기아ㆍ한국지엠ㆍ르노삼성ㆍ쌍용)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일부 수입차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해당한다며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중복 규제는 단순화하고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우리는 거의 모든 자동차 환경규제 제도를 동시에 추진하는 국가”라며 “같은 목적이라면 하나의 규제로 통일하고, 생산 및 소비 전반의 환경효과를 고려해 규제와 인센티브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