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는 6일 대상 수상작 발표 직전 "언제까지라고 확답할 수 없지만,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며 정오로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돌연 취소했다.
이번 사태는 전날부터 제기된 우수상 수상 거부 논란에서 비롯됐다. 간담회에선 대상 및 우수상(후보작) 수상자와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우수상 수상자인 소설가 김금희가 수상을 거부하면서 공식 일정대로 강행이 어려워졌다.
앞서 김 작가는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의 계약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수상을 거부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작가가 공개한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수상작 저작권은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하고, 수상작을 개인 단편집 표제작으로 쓸 수 없으며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 없다. 저작권에 대한 이 같은 계약 내용은 지난해 43회 이학문학상 수상 작품부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는 "제발 다음해에 (이학문학상) 선정 전화를 받는 작가는 그의 저작권을 '양도'할 일이 없기를, 사용을 그의 노동에 당연하게 '허락'하며 격려받은 기분으로 평안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함께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은영ㆍ이기호 작가도 문학사상사에 수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학사상사가 1977년 제정한 이상문학상은 전통과 권위를 자부한다.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어 매년 1월 수상작품집을 발간하는데, 수상자가 스스로 상을 반납한 건 이례적이다.
한편 김 작가의 이학문학상 수상 거부에 대해 지지하는 작가들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문학사상사의 계약 조건을 '봉건적'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상문학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맷집을 지닌 김금희 같은 작가가 먼저 나서 문제제기를 잘 한 것"이라며 "차제에 다른 메이저 출판사들의 경우에도 작가들에게 강제하는 유무형의 강제나 불이익은 없는지도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학사상사는 해당 계약 내용이 논란이 되자 문제 규정 삭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