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도 이덕훈 전 행장과 은성수 전 행장, 방문규 현 행장까지 짧게는 하루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 출근이 막혔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지금까지(20일 기준)도 출근이 막힌 상황이다. ‘출근 저지’는 금융공기업 중에선 서근우 전 신용보증기금 선임 때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국책은행에서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 = 금융공기업 중에서 유독 국책은행이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들 기관의 ‘분류법’이 하나의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국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분류법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2년 전 산은과 수은을 조건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분류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 이들 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준정부기관이나 공기업으로 격상하지 않았다.
관리의 단계를 높이지 않은 것은 해당 기관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구조조정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관이기에 외부 입김이 미치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기타공공기관은 경영공시 등의 의무를 제외하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보다는 자율이 보장된다.
국책은행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운영을 규정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도 강제가 아니다. 임추위 구성이 공공기관법에 적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책은행이 임추위 구성을 하려면 내규를 따로 작성해 주무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기관이 수은이다. 수은은 원하면 임추위를 열어서 CEO를 선임할 수 있다. 반면 산은과 기은은 임추위를 구성할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
◇자율성 보장?… 오히려 ‘낙하산 인사’를 막지 못하는 모순 낳아 = 문제는 ‘기타공공기관’의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임추위 구성을 강제하지 않는 건 엄밀히 말해 CEO 선임을 자유롭게 하라는 의미다. 사장을 자유롭게 선임하는 민간기업 같은 자유가 보장된 측면이다. 하지만 늘 정부가 인사권을 발휘한다. 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공공기관법의 적용을 배제했는데 오히려 ‘정부의 손’을 거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내 설립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2017년 12월 20일 작성한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 운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관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기관장 선임과 관련해) 합리적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는 원론적인 권고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의 입에서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라는 퇴행적인 발언만 나온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관의 성격을 바꾸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종석 정무위원회 간사는 “관치에 노출될 수 있기에 최대한 정부에서 멀어지는 게 좋다. 행장 선임도 자율로 맡기고 가능하다면 정부 지분도 털어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현재 공기업은 법에 정해진 대로 할 수 있는 소양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신현호 수은 노조위원장은 “임추위 부분에 대해서만 기타공공기관을 적용하는 게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