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을 충청권에 격리 수용하기로 확정하면서 정부를 향한 민심 향방은 어디로 흐를지 주목된다.
29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우한 폐렴이 향후 국내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1%로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경제 반등 가능성은 중국 경기 회복 가능성을 토대로 봤기 때문에, 중국 수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의 2.4% 성장 전망을 물거품이 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미ㆍ중 무역 협상이 진전되면서 경기 개선을 기대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우한 폐렴 확산에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의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위험’으로 올렸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리 경제, 특히 실물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꼼꼼히 점검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이미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고 소비를 위축시킬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 당시 ‘노 재팬(NO JAPAN)’을 패러디한 ‘노 차이나(NO CHINA)’가 등장했다. 앞서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에도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중국 프로젝트’를 통해 외교와 경제의 돌파구를 찾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올해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을 예정했고, 상반기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 방한을 위한 실무 준비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한령’ 완화를 기대하며 중국 관광 산업을 끌어 올리겠단 전략이다.
아울러 중국의 측면 지원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의 문 대통령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신북방정책’에 중점을 둔 것도 정부가 전염병 문제로 중국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보건당국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국 국적자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국제법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못 박았다.
전문가도 당장의 '중국인 혐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반중국 감정은 불안감 때문인데 잘못됐다”며 “질병이 마녀사냥 하듯이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방향을 잡아가면 이런 것들은 잦아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 우한지역 교민들을 격리 조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히는 충청권이 이를 계기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충북 증평ㆍ진천ㆍ음성)은 “혁신도시 인근은 농촌 지역으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아 질병정보에 취약하고 소독 등 감염방지 대책도 미흡하다”며 “더욱이 고령이라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우한 폐렴에 걸릴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