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빅딜을 자문하는 대표적인 주관사로 안착했다. 경쟁사들보다 한발 먼저 고객사를 찾아가는 맞춤형 자문 서비스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30일 IB 업계에 따르면 CS는 지난해 기업인수 재무자문 부문에서 거래액 완료기준 6건, 4조 원대의 실적을 거둬들였다. 발표기준으로는 10건, 10조 원대에 이른다.
CS가 자문한 10건 중 절반은 1조 원이 넘어가는 빅딜이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매각가 2조5000억 원)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1조5000억 원),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의 롯데카드 인수(1조380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CS는 2017년 이경인 IB부문 대표 체제를 구축하면서 M&A 분야에서 외국계 자문사 중 탑티어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이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이 고객사를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에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IB 관계자는 “CS의 경우 딜이 없을 때도 꾸준히 대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주요 고객을 찾아 인맥관리를 한다”며 “부회장, 대표, 부문장 할 것 없이 모든 임원진이 그렇게 뛴다”고 전했다.
이어 “주관사 공개입찰을 하기 전에 대상 기업을 찾아가 니즈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춘 자문을 제공한다”며 “비딩이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사전 준비를 하고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경쟁사들보다 앞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CS의 강점은 올해 들어서도 시장에서 주효하게 통하고 있다. 새해 초 빅딜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의 자문사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CS는 시장에서 산업은행 관련 딜을 사실상 독점한 외국계 IB로도 유명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문 수수료가 싸기 때문이라는 평이 제기됐지만, 가격적인 측면보다는 서비스 우위 덕분이란 게 사측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