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시문화는 단순히 관람을 목적으로 한 정적인 전시에서 관람객의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동적인 전시로 변모하고 있다. 관객이 작품 일부가 되거나, 영상을 통해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등 전시의 문턱을 낮춘 전시가 늘어나면서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 역시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빛의 벙커 : 클림트 전’이다. 클림트 전은 19세기 후반 황금 색채의 거장인 클림트의 작품들을 수십여 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과 전시장의 벽면과 바닥을 화려하게 채운 영상으로 재현해 냈다. 해당 전시는 관람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면서 관객 5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미디어 아트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유명 화가와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전시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새로운 전시 경험을 선사하는 ‘칸딘스키 미디어아트 &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 전이 개관했다.
이번 전시는 미술과 음악의 융합을 추구했던 칸딘스키의 예술 이론에 주목해 거장의 예술 세계를 직접 대면하는 미디어아트와 음악을 결합했다. 여기에 칸딘스키를 재해석한 현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1관에서는 미술과 음악의 융합을 추구하던 칸딘스키의 예술 이론을 2020년에 맞춰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에 들어서면 칸딘스키가 추구했던 점, 선, 면과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 그린’ 2악장을 더해 재탄생한 3D Media Art가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칸딘스키의 삶과 180도로 돌아가는 키네틱 작품과 디지털 캔버스로 재현된 칸딘스키의 추상 예술 작품을 통해 칸딘스키의 추상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관람객이 보고, 만지면서 체험할 수 있는 섹션도 마련됐다. 먼저, 김소장 실험실의 ‘무대2020’은 칸딘스키가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곡 무대를 제작했을 때 남긴 에스키스를 재해석한 인터렉티브 아트를 선보였다. 터치스크린과 센서를 통해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작품이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아트는 관람객이 작품의 참여자인 동시에 작품 일부가 될 수 있는 체험의 장이 된다. 오순미의 작품 ‘봉인된 시간-과거’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거울로 제작된 큐브에 들어가 끝없이 이어지는 선과 색채를 느낄 기회를 제공한다.
2관에서는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을 주제로 현시대의 음악과 미술의 역할을 짚어보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미술과 음악 간의 접점을 찾는다. 장르의 표현 경계를 넘어 서로의 영역으로 끌어당기는 순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콰야, 과감한 컬러로 칸딘스키의 초기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정상윤, 키네틱아트웍 ‘댄싱 블루’를 선보인 스팍스에디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유유진 예술감독과 뉴 미디어 영상 제작자 모션플랜이 협업하여 미술을 음악으로 표현한 미디어파사드 ‘빛의 멜로디’도 주목할 만하다. 빛의 점, 선, 면을 이용해 꾸며진 미디어파사드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즉흥 연주곡을 더해 음악과 미술의 만나는 지점을 탐구해보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시각과 청각으로 느낀 칸딘스키의 예술관을 확장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오감으로 느끼는 칸딘스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미취학 아동부터 중학생까지 참가할 수 있으며 사전 예약을 통해 진행된다. 정상윤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 도슨트 해설 등 전시를 보다 생동감 넘치게 들을 수 있는 이벤트들도 준비됐다.
전시 관계자는 “관람객에게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전시 경험을 위해 LG U 와 협업해 예술 작품에 U 5G 기술을 더하여 정적인 작품을 360도로 살아 움직이는 AR로 체험할 수 있는 ‘U 5G갤러리’를 마련하는 등 체험에 집중한 전시공간을 꾸미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만남, 미디어아트와 음악의 만남 등 통해 칸딘스키의 예술 철학을 더 쉽고 흥미롭게 즐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칸딘스키 미디어아트&음악을 그리는 사람들’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2관에서 진행되며 총 9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오는 3월 9일(월)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