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론’이 일고 있는 경기 수원 부동산 시장에 ‘이상 열기’가 감지되고 있다. 1~2달 사이에 실거래가를 2억~3억 원 웃도는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붙은 매물이 예사롭지 않게 등장하고 있으며 아직 분양계약이 끝나지 않은 분양권까지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정부의 규제 칼날을 비껴간 수원 지역이 투기꾼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연일 치솟는 집값에 집주인들도 가격 담합 등을 꾀하며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수원시 영통구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가 12억3000만 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작년 11월 10억6000만 원 거래됐으나 12ㆍ16 대책 이후 오히려 2억 원가량이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이 아파트의 호가는 14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인근 지역의 광교호반베르디움 전용 84㎡도 현재 호가가 12억 원에 달하고 있는데 이 아파트는 지난달 10억 원을 처음 돌파했다.
영통구뿐만이 아니다.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로 주목받고 있는 권선구도 호가가 거침없이 뛰고 있다. 권선구 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 전용 84㎡의 경우 약 한 달 전 만하더라도 6억 후반대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8억 원을 훌쩍 넘겼다.
문제는 막상 이 같은 호가대로 거래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수원 권선구 S공인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은 많지만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며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호가에도 거품이 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원 아파트값 급등은 분양 시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무순위 청약에 나선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경우 42가구 모집에 6만7965명이 몰리며 평균 16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열기는 분양권 불법거래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수원 매교역 일대는 일명 ‘떴다방’이라고 불리는 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가 다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온라인 등을 통한 분양권 거래 상담으로 불법 거래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칼날을 비껴간 수원에 외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원 영통구 H공인중개소 대표는 “이미 작년 12월부터 외지인들의 문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면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견본주택의 경우 서울에서 단체로 버스 대절까지 해서 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에 편승해 일부 집주인들이 가격 담합에 나서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수원시청은 최근 “단지 공동주택 단지 내 부동산 가격 왜곡 행위 및 집주인의 가격 담합 등 각종 광고물ㆍ표지물 등을 설치하거나 부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취지의 민원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이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안내문까지 발송했다.
이처럼 수원 부동산 시장의 과열 조짐이 심상치 않게 나타나면서 정부의 추가 규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국토교통부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원 지역을 비롯해 경기 남부권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아직 정책효과가 확실히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풍선효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본다”며 “필요할 경우 규제에 나설 수 있으나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 하겠다”고 말했다.
집값 담합 등 우려에 대해서는 21일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등이 시행되면서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엘리베이터 등에 집값을 어느 수준 이상으로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표지물 등을 설치하더라도 이런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으나 공인중개사법 개정으로 오프라인 뿐 아니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담합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국토부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