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미국의 전기차 전문 기업 '카누(Canoo)'와 함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한다. 카누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활용하면 개발 공정을 단순화ㆍ표준화할 수 있어 향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전날(현지시간) 미국 LA에 있는 카누 본사에서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카누는 현대ㆍ기아차에 최적화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지원하게 된다.
카누는 모터와 배터리 등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모듈 형태로 장착하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분야에 특화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플랫폼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얹고, 그 위에 다양한 모양의 상부 차체를 올리는 구조를 말한다.
하나의 플랫폼만으로 다양한 차를 만들 수 있고, 변화하는 고객 수요에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ㆍ기아차가 카누의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 개발 공정을 단순ㆍ표준화하며 최종적으로 전기차의 가격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양산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기반의 플랫폼에 배터리를 얹어 생산하는 방식이다. 내연기관차와 혼류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에 필요 없는 공정을 거치기도 한다. 반면, 고급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해 더 효율적인 생산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협업으로 현대ㆍ기아차 역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면 기존대비 효율성 높은 전기차 생산 구조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가와 지자체 보조금 1000만 원가량을 더해도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도 내려가며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전기차를 전용 플랫폼에서 얼마나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내느냐가 현대ㆍ기아차의 흑자 여부를 가릴 요소"라며 "전용 플랫폼이 갖춰지면 전기차의 가격도 낮아지고 회사의 영업이익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협력으로 현대ㆍ기아차의 전동화 전략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6년 동안 전동화 분야에 9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2025 전략'을 지난해 말 발표한 바 있다. 기아차도 2025년까지 전기차 모든 차종을 갖추고 2026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50만대를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카누와 협력해 자율주행 및 대량 양산에 최적화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플랫폼 콘셉트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