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개월 만에 전격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경기 부양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현지시간) 1년 만기 LPR를 전월보다 0.10%포인트 인하한 4.05%로 발표했다. 핵심 정책금리인 LPR를 인하한 것은 2019년 11월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기업 차입 비용을 절감,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의 자금융통을 지원하려는 의도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풀이했다.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더불어 중국의 공식 기준금리 중 하나인 1년 만기 대출금리는 4.35%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18개 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에 대한 대출 금리 평균치인 LPR를 매월 20일 고시, 은행들이 이를 대출 기준으로 삼게 해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삼았다.
LPR에 개별 기업 신용 위험을 얹어서 대출 금리가 정해지기 때문에 LPR를 내리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같이 낮아진다. 이번 금리 인하폭은 지난해 11월의 0.05%포인트보다 더 확대됐다. 코로나19 확대에 따른 사태 수습에 시간이 걸리는 가운데 제조업은 물론 소매와 음식,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전 부문에서 기업 매출이 격감하고 특히 중소기업은 보유 자금이 동나기 일보 직전이다. 그만큼 금리 인하로 이자 상환 부담을 가볍게 해야 한다.
인민은행은 지난 17일 이미 LPR와 직접 연동되는 주요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종전의 3.25%에서 3.15%로 낮춰 이날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인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LPR도 종전의 4.80%에서 4.7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부채 감축 노력 등으로 커다란 경기둔화 압박을 받았다. 중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1%로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연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바오류(保六·성장률 6%대 유지)’마저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 올해 GDP를 2010년의 두 배가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GDP 증가율 최소 5.6%를 사수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LPR를 계속 낮추는 것은 물론 조만간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에도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뱅크의 켄 청 수석 아시아 외환 투자전략가는 “중국 정부는 강력한 재정적 부양책으로 성장 지원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그래야 인민은행이 좀 더 정돈된 속도로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샤오링 전 인민은행 부총재 등 중국 경제 고위관료와 전문가 17명은 이번 주 정부가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5%로 높여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를 깨버리고 1조 위안(약 170조 원)에 달하는 특별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장기 시위사태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로 경기침체 수렁에 빠진 홍콩 정부도 300억 홍콩달러(약 4조600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