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이 명확하면, 위법 행위도 줄어든다. 올해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시행으로 기대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는 위법에 가까운 행위를 해도 처벌 규정 자체가 모호해 이를 피해 가는 경우가 많았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최근 발생하는 P2P 업계의 원금 손실, 연체율 급증 등 문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P2P 금융은 대출을 원하는 주체와 여윳돈을 굴리려는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금융업이다. 렌딧은 P2P 업계 개인신용대출 부문 1위 업체다. 최근 개인신용대출 누적액 2000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서울 종로구 종각에 있는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선한 얼굴과 차분한 말투의 소유자였다. 온투법 통과를 위해 기꺼이 투사가 됐던 이미지와는 상반됐다. 김 대표는 2018년 10월 발족한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의 운영위원장으로서 업계를 대표해 온투법 통과를 주장했다.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위해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를 포함한 업계의 노력이 정부, 국회의 뜻과 맞물려 결실을 냈다. 올해 8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P2P 금융법이 시행된다.
온투법 통과는 ‘규제 혁신의 단비’라는 수식어처럼 스타트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경사’였다. 동시에 2002년 대부업법 이후 17년 만에 제정된 새 금융산업법이기도 하다. 법 제정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소비자 보호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특히 금융기관이 P2P금융이 취급한 대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의 투자로 소비자가 간접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은 웹에서 공개하는 숫자들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며 “만약 어떤 은행이 P2P 회사에 투자를 하면 실사를 3~4가량 할 것이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간접 보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산업 육성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P2P 업체 중에서 유니콘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사)이 나오기 힘든 배경 중 하나로 법정 정의가 불분명했던 문제가 있다”며 “렌딧 역시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핀테크 산업에 속하는데도 대부업법 규제를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김 씨는 “미국의 경우 전체 금융 시장에서 P2P가 차지하는 비율이 6%가 넘으며, 올해는 8%까지 차지할 전망”이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0.01%도 안 되는 수준이기에 아직도 산업 도입 단계”라고 부연했다.
렌딧은 2015년 4월 설립된 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국내 P2P금융 기업 최초로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P2P 업계 최초로 공공기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투자 유치에도 성공해 총 누적투자액이 283억5000만 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P2P 업계에서 두각을 낸 렌딧만의 경쟁력으로 데이터를 꼽았다. 그는 “5년 동안 개인 신용대출만 취급하면서 업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쌓고,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며 동산, 부동산을 취급하는 P2P 업체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간 렌딧이 빠르게 성장한 점을 감안해 올해 그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근간이 되는 법도 시행될 예정이고, 5년 동안 데이터도 쌓였기 때문에 자신 있다”며 “신용대출 평가 모형을 고도화하고 사람들이 분산투자를 안전하게 할 수 있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자산 관리 방식의 기본으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분산 투자의 두 가지 중요한 점으로 나눠 담는 것과 상호 연관성이 없을 것을 역설했다. 예컨대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 주택 A, B, C를 소유한다면 A의 가격이 오를 때 나머지 주택이 상호 연관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렌딧은 실시간 분산투자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렌딧은 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0개 이하 채권에 분산투자할 때 원금 손실률이 9.20%로 나타났고, 200개 이상에서는 0.88%, 300개 이상에서는 0.22%로 낮아졌다. 김 대표는 “분산투자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P2P에 투자할 때도. A, B, C에 나눠 투자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연관성이 없냐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렌딧의 시스템은 분산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에 금리절벽을 해결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했다. 그는 렌딧을 창업한 계기 자체가 한국 제2 금융권의 고금리에 좌절해서였다. 미국에서 4년 차 창업에 접어들었던 김 대표는 3000만 원을 빌리러 한국에 왔다가 저축은행에서 22%의 금리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결국, 그는 미국 P2P 업체를 통해 7.8%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그는 ”현재 150조 원이 넘는 시장이 제2금융권의 10% 후반~20% 중반의 고금리“라며 “제 경험처럼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우면 고금리 대출을 선택하기 쉽고, 이게 금리 절벽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렌딧은 테크핀의 방법으로 대출자마다 적정금리를 산출한다. 구간은 총 20개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금리 절벽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대출자가 신용등급에 따라 받아야 하는 금리를 책정받아 이자를 절약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