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당초 예상액보다 150억 원 낮춰 인수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51.17%)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액은 545억 원으로 당초 알려졌던 695억 원보다 150억 원 낮아진 가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18일 이스타항공 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실사를 진행했지만, 두 차례나 SPA 체결날짜가 미뤄지면서 인수 포기, 무산설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미 MOU 체결과 동시에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115억 원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모든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겪은 보이콧 재팬에 따른 일본 노선 수요 감소,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 하늘길 폐쇄 외에 별도로 여러 걸림돌이 존재해왔다.
우선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국적사 중 유일하게 737맥스(MAX)8를 2대나 보유하고 있다가 낭패를 봤다. 두 차례에 걸친 737맥스8의 추락사고로 2대 모두 운항을 중단하면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최근에 개정된 항공사업법이 이스타항공의 발목을 잡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1년 이상 자본잠식률 50% 상태인 항공사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개선 명령 이후에도 자본잠식률 50%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시장에서 아예 퇴출시킬 수 있다.
이스타항공의 2018년 12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47.9%로 50%에 육박한다. 2007년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을 넘어 한때 자본잠식률을 300%대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취약했으며,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본잠식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은 오랜 고민 끝에 '조금 낮은 가격'이라는 대안을 내세워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설을 뒤집었다.
양사가 항공시장의 위기상황을 함께 인식하고, 인수합병(M&A)의 성공적 추진이 곧 항공산업 위기 극복이라는 점에 뜻을 같이한 점도 한 몫 했다.
제주항공은 이미 지급한 이행보증금 115억 원을 제외한 차액 약 430억은 취득예정일자인 4월29일에 전액 납입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인수를 통해 양사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할 계획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지난 15년간 불가능해 보였던 것을 가능하게 했고, LCC라는 사업모델을 성공시켰다"면서 "양사의 운영효율 및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도전하자”고 직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민간차원에서의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항공산업은 관광, 호텔, 자영업 등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산업으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금융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